2005년 11월 10일 목요일

얄미운 고양이


나는 자주 낮에 잠을 자야하는 경우가 있다.
고양이에게는 너무 넓은 침대가, 나에겐 조금 좁은 침대가 방안에 있다.
밤을 새우고 나면 어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잠들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세수를 하고 보니 고양이 순이가 그 사이에 침대를 차지하고 누워있었다.


귀엽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한 감정은 매일 똑같다.
집을 비운 동안 고양이 순이가 심심해하고 외로와할 것을 생각하면 항상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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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8일 화요일

웨스 몽고메리


독립된 한 장의 앨범이 아니라 음반회사가 재량껏 곡들을 짜맞추어놓은 '히트곡 모음집'을 나는 좋아한다.
일관된 음악적 방향을 가지고 내용물이 담겨있는 음반이 아니라면 독립적인 한 장의 앨범이라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잘 꾸며 놓은 컴필레이션 앨범 한 장이 진지한 감상자의 인생 한 부분을 새로운 색으로 칠해버리기도 하는 법이다.

재즈를 처음 들었을 때에 전혀 사전지식이 없이 무작정 골라 구입했던 음반들이 있었다. 그것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 와 웨스 몽고메리의 Verve 판, The Silver Collection 이었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그 두장의 음반으로 내 인생의 방향이 달라졌다.
웨스 몽고메리의 The Silver Collection 음반은 그가 Verve 에서 녹음했던 곡들을 간추려 7곡의 소규모 그룹 연주와 3곡의 오케스트라 협연을 담은 음반이다.
이것이 1965년에 발표되었다고 나와있으니 웨스 몽고메리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발매되었던 모양이다. Riverside 에서의 녹음과는 질감이 많이 다르고, 나는 이쪽이 더 정감있게 들렸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첫 곡 If You Could See Me Now 는 윈튼 켈리, 폴 챔버스, 지미 캅과 함께 쿼텟을 이루어 뉴욕의 하프 노트라는 클럽에서 1965년에 연주했던 것이었다. 이 세 사람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 를 녹음했던 멤버들이었다. 웨스 몽고메리의 좋은점들이 모두 담겨있다고 해줄 수는 없지만 풍부한 사운드와 따뜻한 음색의 솔로, 잘 짜여진 편곡이어서 수백번을 다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이런 음반을 맨 처음 들어버리면 나쁜 점도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연주자들이 녹음한 If You Could See Me 가 있을텐데, 어쩐지 웨스 몽고메리의 이 버젼이 아니면 나머지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떤 사람들은 나와 다른 경험과 의견이 있겠지만.
이 음반의 다른 곡들도 모두 참 좋다. 이 음반에 있는 Misty에 완전히 빠져있었어서, 어느날 사라 본의 노래를 들었을 때에 뭔가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처음 들었던 재즈음반이었기도 하고, 처음 들었던 재즈 기타리스트의 음반이기도 했다. 재즈 초보자였던 나에게는 강한 첫경험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 아직 재즈음반을 돈을 내고 구입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거나, 기타를 연주하는데 어디 한 번 재즈도 들어보겠다는 생각이 있는 분이라면 이 음반을 꼭 들어보시면 좋겠다.
윈튼 켈리의 피아노와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오르간 연주자 지미 스미스와의 트리오 버젼도 두 곡 들어있다. 담백하게 편곡된 오케스트라와 쿼텟의 협연도 세 곡이나 담겨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2005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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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6일 일요일

사람들.



나라고 하는 사람에게도 이미지라는 것이 있다면 남에게 조금 잘 보이고 싶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든 최소한 나쁜 인상은 주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있다.
그런데 일을 하다가 보면 나는 인상을 쓰고 으르렁거릴 때가 있다.
어제 그랬었다.
결과만 보자면 인상을 쓰고 대충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후에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리허설 준비 중 소리가 나지 않고 있는 앰프를 조치해달라고 했더니 그냥 DI 박스로 대충 하면 안되겠느냐는 대답을 들었다. 나는 정말로 화가 났던 것은 아니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요식행위로 앰프와 캐비넷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면 음향업체의 스탭이라기엔 너무 무책임한 대응이라고 생각했다.
조금은 못된 인상을 하고 언성을 높여 말했고, 결국은 공연에 임박하여 새 앰프를 가져오는 것으로 문제는 해결했다. 그러나 리허설을 할 때에는 앰프의 사운드를 들을 수 없었다.

그 결과로 손해를 본 쪽은 그들이다. 시간과 비용을 더 들였어야 했고, 같은 일을 반복해야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은 많다. 또 자신이 하는 일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려면 다른 일을 하던가, 놀고 먹는게 낫지 않느냐, 따위의 한가한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일을 하다보면 언제나 나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을 바로잡을 것인지 아니면 대충 뭉개고 지나갈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가정해두며 사는 것이 좀 싫다. 어떻게 해서라도 바로잡고 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좀 해주면 좋겠다.

그런 반면에 공연장에서 잊지 못할 좋은 사람들을 만날 때도 있다.
어떤 스탭들은 스턴트맨들처럼 분주히 움직이며 '완벽하게' 무대를 준비해준다. 연주자의 입장에서 아무 것도 굳이 주문할 일이 없다. 아주 짧은 시간에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고 대개의 경우 공연의 질도 좋아진다.
그런 분들을 관찰해보면 특별히 조직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개개인이 그 분야의 뛰어난 실력자들인 것도 아니다. 업계에서 가장 비싼 임금을 받는 사람들도 아니다.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지금 그곳에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것, 그래서인지 그 일을 즐겁게 한다는 것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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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5일 토요일

보나의 새 음반.


리차드 보나의 새 음반이 나왔다.
제목은 TIKI이고 몇 개의 클립을 미리 들어볼 수 있었다.
아직 아마존의 판매목록에는 올라오지 않았다. 지난번의 DVD와 함께 주문하고 싶어서 자주 아마존 사이트를 열어보고 있다.
그는 지금 러시아에서 공연 중이고,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연주와 이동을 반복하고 있다. 스페인, 슬로바시아, 헝가리, 체코와 라트비아, 네덜란드, 스웨덴과 폴란드, 프랑스에서 다음 달까지 공연을 계속 한다.
그의 일정표가 맞다면, 11월 14일에 슬로바키아의 바빌론 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바로 다음날인 15일에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공연을 한다. 그런식으로 올해 말까지 공연이 계속된다. 대단한 정력이라고 생각했다. 자라섬에 왔을 때에도 한국 공연을 마친 바로 다음 날 그는 뉴욕에서 공연을 했었다.

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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