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21일 일요일

광화문에서.


생각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도무지 집중할 수 없었다.
멈칫 고개를 들었다가 모자에 가려져 있던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아, 내가 지금 이걸 하려고 여기에 와있었지... 하고 사진을 한 장 찍어뒀다.

사실 나는 내 한 몸 일상도 챙기기 힘든 상황이다.
이곳에 모여있는 사람들 중에도 나같은 상황인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더 힘들거나 더 곤궁한 사람들도 있었을지 모른다.
아스피린을 사서, 두 알을 먹었다.

여섯시간 동안 광화문에서 두 개의 양초를 다 태웠다.
내 자리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함께 나와있는 아이들, 손을 꼭 잡고 입술을 달싹거리며 노래를 부르던 커플, 내 조카 또래의 어린이들과 젊은 엄마들이 눈에 자주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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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8일 월요일

신촌 기찻길.


맑은 날씨였다.
신촌을 지나다가 기찻길 앞에 정차했었다.
기차가 지나갈 때에 사진을 찍었다. 시시한 장면이었지만 순간 몇 가지의 기억들이 꼬리를 물고 스쳐지나갔다.

기찻길은 없어질 예정이라고 했다.
아마 이 길 위에서 저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은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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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6일 토요일

좋은 음악.

같은 음반을 오래 듣고 있는 일은 드물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음반은 아마도 15년 전 팻 메스니 그룹의 음반이었던 것 같다.

요즘 한 달 내내 매일 몇 번씩 리차드 보나의 음악을 듣고 있다. 들을 때마다 기쁘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 사람은 '그 자신이 음악 그 자체인' 인물인 것 같다.

좋은 음악을 만들어주는 사람들에게 좋은 일들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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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 24일 화요일

공연.


지난 주 토요일에는 부평에서 공연을 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었었다.
작은 공연장에 사람들이 가득 앉아있었다. 연주는 편안했고 공연도 좋았다.

언제나 해야할 일들이 밀려있다. 사실은 그렇게까지 바쁘지 않다. 바빠지고 싶어서 일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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