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21일 일요일

광화문에서.


생각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도무지 집중할 수 없었다.
멈칫 고개를 들었다가 모자에 가려져 있던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아, 내가 지금 이걸 하려고 여기에 와있었지... 하고 사진을 한 장 찍어뒀다.

사실 나는 내 한 몸 일상도 챙기기 힘든 상황이다.
이곳에 모여있는 사람들 중에도 나같은 상황인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더 힘들거나 더 곤궁한 사람들도 있었을지 모른다.
아스피린을 사서, 두 알을 먹었다.

여섯시간 동안 광화문에서 두 개의 양초를 다 태웠다.
내 자리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함께 나와있는 아이들, 손을 꼭 잡고 입술을 달싹거리며 노래를 부르던 커플, 내 조카 또래의 어린이들과 젊은 엄마들이 눈에 자주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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