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6일 화요일

오월 첫 공연


 어제 부천 공연에 오래된 펜더 재즈를 가지고 갔다. 비가 내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비가 왔었다고 해도 이 베이스를 가지고 갈 생각이었다.

이 악기를 어깨에 메고 한여름 뙤약볕에서, 몽골의 센 바람 불던 광장에서 연주했었다. 흠뻑 젖은 채로 비를 맞으며 연주하기도 했고 겨울에 언 줄이 너무 차가와 장갑을 낀 손으로 넥을 쥐고 공연했던 적도 있었다. 세월을 함께 한 악기가 주는 신뢰가 있다. 나쁜 날씨이거나 열악한 장소이거나 가리지 않고 내 의도대로 소리를 내어 줄 거라는 믿음 같은 것.

집에서는 넥 상태가 좋았는데 리허설 후 두어 시간 무대 위에 세워뒀더니 악기의 넥이 어김없이 휘었다. 아주 미세하긴 했지만. 몇 달 전에 새로 샀던 펜더 울트라 II 재즈가 워낙 연주하기 편하여 오랜만에 이 악기로 두 시간을 연주하려니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2025년 5월 1일 목요일

불면


 쉽게 잠들지 못하여 눈을 감은채 오래 뒤척이고 있으면 일부러 생각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데도 불쑥불쑥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주로 실망했던 것, 화가 났던 것, 괴로와 했던 것들이 물에 잉크가 떨어져 퍼지듯 어둠 속에서 번지다가 사라졌다.

그것들은 증발하여 없어져버리지 못하고 내 안에 가라앉아 말라 붙어있다. 그것들을 어찌하지 못하는 건 남의 탓이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내 잘못인 것도 아니다. 매일 만나는 오늘마다 다시 덧바르고 새로 칠해 나아가는 수 밖에 없다.

2025년 4월 14일 월요일

이지와 동물병원

 


혈당이 높은 상태가 지속될 때 혈액 속에서 포도당과 단백질이 결합하여 fructosamine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 수치를 측정하면 당뇨환자의 혈당 조절 상태를 알 수 있다. 오늘 이지의 혈액검사를 했는데 fructosamine 수치가 정상범위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지가 당뇨를 극복하고 다 나았다는 것이 보여져서 기뻤다.

종일 비가 내렸다. 사월에 센 바람이 불고 하루 전엔 눈이 내리거나 우박이 떨어지는 곳도 있었다. 젖은 도로 위엔 꽃잎이 눈처럼 쌓였다. 그래도 봄이다. 고양이들이 병을 다 이겨내고 기운을 차려 따뜻한 봄을 지내고 있다.

2025년 4월 4일 금요일

순이와 깜이

 

고양이 순이와 깜이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이미지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사진 두 장을 주고 AI에게 일을 시키면서 나는 꽤 공손한 어투로 세세하게 부탁을 했다. 보통은 실물을 왜곡하기도 하고 필요없는 모양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랬던 것인데, 이번엔 한 번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만들어줬다. 분명히 내가 상냥하게 부탁했던 덕분일 것이다. (사실이 아니지만)

고양이 깜이는 순이가 죽은 후 넉 달 뒤에 우리와 만났다. 그러니까 두 고양이는 서로 만나본 적이 없다. 순이가 그랬던 것처럼 깜이는 내가 집에 있으면 늘 곁에 다가와 붙어 지내고 있다. 나는 깜이의 이마를 쓰다듬어주며 순이를 기억하곤 한다. AI로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으니 이런 사진 한 장 쯤 갖고 싶었다.

오늘은 내 생일이었다. 오전에 내란 우두머리의 파면을 선고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다. "이만한 선물이 없다"라고 몇번씩 말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