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6일 월요일

꽃.


볕이 뜨거웠고 흙에서는 사우나처럼 열기가 올라왔다.
꽃들이 알록달록하게 피어있었다.
나는 그 꽃들이 저절로 피어난 줄 알았다. 알고보니 모친이 씨를 뿌려놓았던 것이었다.
꽃들 사이로 부지런한 벌들이 붉은 주머니를 한 개씩 차고 바쁘게 돌아다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야 뒤늦게 꽃들에게 물이라도 뿌려주고 올 것을 그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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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3일 금요일

오랜만에.


비가 그쳤으니 오늘이 딱 좋은날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오랜만에 자전거를 가지고 나갈 준비를 하려니 여러가지가 서툴었다. 타이어에 공기를 채우는 데에도 오래 걸렸다.

강을 따라 달려 팔당교 아래에 섰다. 기온 때문인지 자전거 때문인지 옷이 젖도록 땀이 났다.
팔당교 밑 벤치에 앉아서 물을 마셨다. 이 년 반만에 이 자리에 나와 앉아 본다.

자전거를 사고 한참을 미친듯 타고 다닐 때가 있었다. 나는 무척 즐거워했다. 매일 자전거를 탔고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모두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었다. 얼굴에 부딪는 바람, 풀냄새와 강비린내, 자전거 바퀴가 바닥을 지나는 소리들이 모두 기분좋게 느껴졌었다. 나는 최소한 그 몇 해 동안 자전거를 타는 순간만큼은 행복해했다.

그리고 내가 행복해하는 사이에 내 고양이는 죽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몰랐다.
순이가 이미 죽음에 임박했을 때에야 나는 뒤늦게 한탄했다. 그리고 이 년 전 그날 새벽 한 시 반에, 순이는 내 품에서 마지막 숨을 쉬더니 액체가 된 것처럼 몸이 흘러내렸었다. 그 다음은 빠르게 식어가고, 굳어갔다.

팔당교 아래 벤치 주변은 변한 것이 없었다. 강변도 그대로이고 노을이 지는 하늘도 변함없었다. 내 고양이 순이만 이젠 없구나, 했다.
그  때에 내가 자전거에 미쳐있지 않았었다면 집에서 내 고양이를 더 자주 보았을 것이고 아픈데는 없는지 더 살펴볼 수 있었을 것이었다. 나는 순이를 어쩌면 더 빨리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놀고' 있던 동안에 내 고양이는 죽어가고 있었다.
순이가 죽은 후 지난 이 년 동안 나는 자전거에 손도 대지 않았었다.

기어를 느슨하게 해두고 천천히 달렸다. 바람도 햇빛도 까불며 눈앞을 스쳐가는 새들도 이제 예전과 같지는 않았다. 나는 어쩌면 더 조용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돌아와 반겨주는 고양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한 마리씩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2018년 7월 1일 일요일

경기도 광주에서 공연.


경기도 광주에서 공연했던 사진을 꼬마야님이 또 찍어주셨다.
그 날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갔다가 대기실에서 민열이와 하원이가 사다 준 샌드위치를 먹고 힘을 냈다. 그 샌드위치가 무척 맛있었는데, 다음에 한 번 그것을 사먹기 위해 저 공연장에 가볼까, 생각 중이다.

좋은 컨디션으로 연주했던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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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30일 토요일

공연 리허설.


곡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공연 길이는 짧지 않았다.
스무 곡 넘게 연주했던 적이 자주 있었어서 아마 오늘 정도의 공연은 간단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집에서 페달보드를 펼처놓고 케이블을 연결하다가, 역시 이번에도 꼭 쓸 것만 챙겨가자고 마음먹었다. 페달보드를 사용하지 않은지 아마도 일 년은 넘었을 것 같다.


오랜만에 잠을 잘 자고 일어났던 덕분인지 좋아하는 앰프가 준비되어있던 까닭인지 리허설과 공연 내내 전혀 힘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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