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새해 첫 공연은 제주도에서 하기로 되어있다. 예정된 공연이 곧 다가오기도 하고, 하루가 마치 일주일처럼 흐르고 있는 시절이어서 연말인지 연시인지 느낄 틈이 없다.
2024년 12월 28일 토요일
송년 공연
올해의 끝 공연을 하기 위해 서둘러 공연장에 갔다. 어제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더니 뭔가 개운해진 기분이어서 오늘은 기운 넘치게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리허설을 하고 차에 가서 드러누워 쉬려고 했었다.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연주 도중에 화장실에 가야 하는 일이 생길까봐 입술이 마르고 있어도 참았다. 시트를 따뜻하게 하고 눈이라도 감고 쉬었으면 좋았을텐데, 그 사이 벌어진 소식이 궁금하여 뉴스를 검색했다. 권한대행을 하던 자를 국회에서 조금 전 탄핵시켰다는 것을 알았다. 헌법재판소에서 나온 발언과 검찰에서 나온 공소 요지도 빠르게 읽었다. 리허설 전에 비현실적으로 달러 대비 원화환율이 치솟고 있었는데, 총리 탄핵에 이어 민주당 대표의 담화문이 나온 후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연주를 시작했는데 리허설 때 맞춰 놓았던 소리가 그대로 들리지 않고 있었다. 가까이에 있던 상현 씨에게 신호를 보냈는데, 그것을 잘 못 알아들은 그는 황급히 무대에 올라오더니 내 수신기만 다른 것으로 바꿔주고 번개처럼 내려가버렸다. 아, 이런...
이런 일로 스탭들을 연거푸 고생시키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인이어의 음량을 올리고 잘 들리지 않는 소리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연주했다. 몇 곡 지나가면 적응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두 시간 반 공연을 다 마칠 때까지 적응해내진 못 했다. 뭐, 이런 일도 생길 수 있는 거다. 거기에 더하여, 한 곡에서는 아주 대차게 코드 한 개를 잘 못 눌러버렸다. 송년 음악회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말았다. 맙소사.
올해 마지막 공연을 마쳤다. 예정보다 시간을 초과하여 너무 늦게 끝이 났다. 커피를 살 곳이 있는지 살피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도로엔 차들이 많았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는데, 물론 주차할 자리 같은 건 없었다. 또 먼 곳 길가에 차를 세우고 터벅터벅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