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6일 월요일

고양이 어린이들

친구와 식당에 들렀다가 어린이들을 만났다. 잠시 허기를 잊고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서 한참 인사를 했다.

마음 고와 보이는 직원이 봉지에 가득 사료를 들고 나타나 밥그릇에 새로 부어줬다. 맑은 물이 담긴 그릇들도 가지런히 보였다.

음식을 먹고 나왔더니 어린이들이 같은 모양을 하고 바람을 쐬며 졸고 있었다. 아무래도 앞으로 곧 이 식당에 한 번 더 가볼 것 같다.


2024년 9월 15일 일요일

대전 공연

 

추석 연휴의 첫날, 대전에서 공연했다. 알람을 듣고 깨어나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곧장 출발, 정체 심한 고속도로에서 평균 시속 54킬로미터로 대전에 도착, 리허설, 도시락 먹고 오후 다섯 시에 공연 시작, 저녁 일곱 시 이십 분에 집으로 출발하는 하루 일과를 보냈다.

열흘 전 짧은 행사를 할 때부터 페달보드 대신 멀티이펙트 페달을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덕분에 가지고 다니는 짐을 줄이게 됐다. 이번엔 악기도 한 개만 가져갔다. 디지털 페달의 음색을 저장할 때 그 베이스에만 맞춰 놓았기 때문이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저장해둔 패치 번호를 셋리스트의 곡명에 맞춰 적어 놓았다. 무대가 어두워졌을 때에 그것을 제대로 읽지 못할까봐 안경을 쓰고 연주했다.

지난 달부터 밴드는 모니터를 위한 스피커 대신 인이어 장치를 쓰고 있다. 나는 캐비넷에서 나오는 소리와 관객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열심히 적응하고 있다. 몇 가지 좋은 점 중에서 무엇보다도 리더님의 수고를 덜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완전히 익숙해지면 좀 더 정교한 연주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전은 아주 더웠다. 연휴가 끝나면 갑자기 가을이 될 것처럼 밤중엔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2024년 9월 14일 토요일

고단했던 여름

 

열흘 전에 작은 공간에서 짧은 연주를 했었다. 극장이나 야외무대가 아닌 장소에서 오랜만에 하는 공연이었다. 나는 장거리 운전을 자주 하고 먼 곳에서 공연을 마친 후 새벽에 집에 돌아오는 것이 일상이다. 이 날엔 공연 장소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고 분량도 길지 않았으니 피곤할 일이 없었어야 했다. 하지만 사운드 체크를 위해 그 동네에 도착할 때 나는 이미 지쳐있었다.

집에서 출발 할 때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도로 정체가 극심했다. 아버지가 입원과 수술을 위해 진료를 받는 날이어서 부모 두 분을 병원에 모시고 가는 날이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두 분을 데려다 준 다음 한강을 건너 약속 장소로 가도 시간이 충분할 줄 알았는데, 길이 막혀 모든 게 늦어졌다. 병원에 노인들을 내려주고 나는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서둘렀던 덕분에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기운이 없어서 시트를 눕히고 잠시 눈을 감고 있어야 했다.

리허설을 한 후 병원에서 진료를 마치고 잘 돌아오셨는지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긴 시간 대기하다가 연주를 하고, 사람이 가득한 건물을 겨우 빠져나왔다. 짧은 거리를 악기를 메고 걷는데 더위와 습도가 무슨 무거운 짐처럼 몸을 누르고 있는 기분이었다. 왜 그렇게 고단했던 것인지.
유난히 더 덥게 느껴졌던 여름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조금 나태해지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잊고 말 것처럼 몽롱했다.
내일은 공연을 하러 대전으로 간다. 뉴스에서는 추석연휴 동안 고속도로 정체가 가장 심한 날이 내일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휴일이 지나간 후엔 고단했던 여름도 그만 떠나주면 좋겠다.


2024년 9월 2일 월요일

악기 손질

광주 공연을 마치고 악기에 습기가 잔뜩 배어 끈적거렸다. 자동차 뒷 자리에 가방을 반쯤 열어두고 에어컨으로 악기를 말리며 운전했다. 집에 돌아온 후 하루는 잠을 많이 잤다. 이튿날 저녁에 여름 내내 함께 다녔던 베이스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이 악기는 나와 함께 이십여년 동안 참 많은 곳을 다녔다. 조심하며 썼지만 군데 군데 상처가 많이 났고 한 번 교환했던 브릿지는 어김없이 다시 녹이 슬었다. 넥을 연결하는 나사 한 개는 헛돌고 있고 볼륨 한 개에선 돌릴 때마다 잡음이 나고 있다.

프렛보드에 레몬오일을 바르고 악기를 열심히 닦은 후 새 줄을 감았다. 몇 시간 뒤에 다른 악기 한 개도 책상에 올려두고 손질했다. 새 줄로 교환하고 한참 쳐보다가 아침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