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1일 토요일

음반.



예스 24가 처음 생겼을 때에 회원가입을 해서 책을 구입해왔었다. 수 년 전 어느날 밤 부터 매킨토시에서는 절대로 결제를 할 수가 없게 되어버린 후, 나도 본의 아니게 절대로 그곳을 이용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결제만 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고 도무지 사이트의 내용을 클릭질도 할 수 없도록 홈페이지를 '개선'했었어서, 시간이 지나고 맥에서도 이것 저것 어떻게든 사용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정나미가 떨어져 얼씬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후로는 대형서점의 홈페이지 몇 군데, 소규모 중고서점 사이트 몇 군데를 전전하다가 줄곧 알라딘을 이용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잘 발달되어 있으면 도대체 뭐에 쓸까. 배달되어지는 책 중에는 파본이 끼워지기도 하고 훼손된 채로 도착하는 경우도 있었다. 모두 배송업체의 잘못이므로 시정하겠습니다... 라는 사과도 받고 교환도 받은 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그냥 감수한다. 책이야 뭐 깨끗하지 않으면 어떠랴 최소한 내용을 읽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됐다, 라는 주의여서 그저 한숨 쉬고 말았었다. 모두 거래하는 배송업체의 잘못이고, 배송업체와 협조하고 관리를 위탁해야할 자신들의 업무소홀이라고는 절대로 생각을 못하는 것인가, 싶었다. 책을 바꿔주거나 돈을 돌려주면 해결되는 것이지 뭘 그렇게 까다롭게 구느냐, 라고 할 것 같아서 에이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었다.

수입반을 구입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 요즘, 몇 가지 물건들과 함께 음반 한 장을 함께 주문했었다. 배송준비중이라는 메일을 받고 기다린지 일주일이 지나서 주문한 음반 대신에 '상품을 구하지 못해 환불해주겠다'고 하는 사과의 메일을 받게 되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얼마나 열악한 사정이면 그랬겠느냐... 생각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생각해줘도 옳은 걸까, 라고 묻고 싶다. 그것은 실수라거나 어찌할 수 없는 한계상황이 아니라 무신경, 무개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뭐라고 주문과 대금을 받은 뒤에 상품을 구해보기 시작하여, 구해지면 팔고 못 구하면 돈을 돌려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장사를 하는 것이냔 말이지... 다른 것도 아니고 책과 음반 아니더냐. 그래서 뭐? 돈을 환불해 줬지 않았니...라고들 하실 것 같아서 대꾸 한 마디 하지 않았다.

미국의 아마존에서는 (그들에게도 수입상품이어서) 가격도 비싸고 운송료도 많이 나오길래 마침 EG가 아이디를 가지고 있는 일본의 아마존에서 그 상품도 주문하고, 하는 김에 한참 동안 가지고 싶었던 다른 음반들도 함께 주문했다. 일본의 아마존은 처음이었지만 아마존 닷 컴에서는 꽤 여러번 책을 샀었고, 대등한 비율로 따질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파본이나 책이 못쓰게 되어버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일본 아마존에 음반을 주문한 바로 다음 날에 공항에 물건이 도착했다는 문자메세지, 그리고 그 다음 날에 나는 음반을 받아 들었다. 지금은 기뻐하며 음악을 듣고 있는 중이다. 듣고 싶었던 음악들을 틀어놓은채 기분이 좋기도 하고, 마음 한 구석이 어두워지기도 하고. 아, 글쎄, 인터넷 강국이면 뭘 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