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8일 목요일

고양이 소리.


새벽에 약간의 취기가 남아있었다.
조금 덜 마시면 덜 마신대로 더 마시면 과한대로 컨디션이 나쁘다.
오랜만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깊은 잠을 자고 싶었다.
그러나 습관이 무섭다. 오늘도 날이 밝도록 잠을 못 잤다.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책상 위의 구석진 곳에 앰프를 두고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구입한 코러스에서 나는 소리인지, 계속 그르릉거리는 잡음이 들려왔다.
이펙터를 꺼보기도 하고 케이블도 확인했다. 앰프의 노브들을 살펴봤는데 이상이 없었다.
계속 악기소리의 사이 사이에 뭔가가 계속 그르릉 그르릉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앰프 뒤에서 고양이 순이가 부시시 일어났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순이가 구석에서 자고 있었던 것이었다.
잠이 깨지 않은 고양이가 몸을 더 일으키지 않은채 장난을 걸어왔다.
나는 사진을 한 장 찍어뒀다.
그 모습이 무척 귀여워서, 결국 순이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유통기한이 다 되어버린 커피냄새, 방치해둔 빨래들, 빈 그릇이 가득한 설거지통들... 날이 밝으면 집안 꼴이 더 잘 보일 것 같아서 나는 이불을 뒤집어 덮고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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