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1일 목요일

이상했던 날이었다.

1. 잠을 자다가 꿈에서 무엇인가가 몹시 우스워 자다말고 누운채로 크게 웃어버렸다.
내 웃음소리에 내가 놀라서 그만 잠을 깨었다.
잠을 깬 것과 동시에 무엇이 우스웠던 것이었는지 잊고 말았다.
기억해내려 애써보다가 다시 잠을 잤다.
혼자 몇 년 지내다 보니 언제나 강박증이 있다.
알람이 울리기 5분 전에 나는 늘 깨어난다.

2. 시간에 쫓길 하루일 것을 예상했다. 평소보다 준비물을 많이 챙겨서 집을 나섰다.
그런데 그만 양말을 신지 않은채로 신발을 신고 있었다.
아마 나는 긴장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3. 잠이 덜 깬채로 오후 한 시에 강변을 달리고 있었다. 바깥은 싸늘한데 자동차 안은 밝은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늘 어둠 속을 달리다가 모처럼 너무 밝은 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4. 첫번째 약속장소에서 사람을 기다렸다. 어쩐지 담배를 피우고 싶지 않았다. 이것도 이상하다면 이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때, 갑자기 한 아이가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미끄러져 다가오더니 내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모습이 예뻐 보였다. 유난히 인상 깊었다.

5. 평소같으면 전혀 연주할 일이 없었을 곡을, 전혀 그 곡을 연주할 것 같지 않았던 사람과 갑자기 공연 리허설에서 연습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곡이었어서, 나는 그 곡을 외고 있었다. 연주하는 동안에 마치 그것이 언젠가 겪었던 일 처럼 여겨졌다. 강한 기시감이었다.

6. 특별히 나쁘게 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누군가를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화가 났다거나 짜증이 났다거나 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한밤중에 다른 공연이 끝난 후, 자신을 인도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인사를 청해온 남자가 있었다. 손을 내밀길래 악수를 받아줬다. 그러자 그는 숨 쉴 틈도 없이 계속 시타르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 악기의 재질과 역사와 인도에서의 문화적인 가치를 설명하고 있었다. 몇 분은 참고 듣다가 너무 피곤하여 견딜 수 없었다. 이놈도 죽여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종일 이상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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