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23일 금요일

내 표정.


누군가가 찍어준 사진을 보면서 생각을 해보면 그날 그 공연 중에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기억이 난다. 항상 기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아주 자세히 기억나기도 한다.

저 사진 속의 장면에서는 깜박 잊고 고양이의 밥과 물을 새로 챙겨주지 않고 집을 나왔던 것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었다. 베이스 줄이 일주일만에 못쓰게 되도록 죽어버려서 신경질이 나있던 상태였다. 쓰고 있는 모자가 착용감이 거의 없고 따뜻하지만 어쩐지 뇌수술을 마친 환자처럼 보여서 우울하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저 날의 공연에는 정말 연주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나이 든 사람과 인사를 할 때에, 살짝 웃는데도 잘 구겨진 청바지처럼 자연스런 주름을 가진 분들을 만날 때가 있다. 웃음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늙어졌다면 평생 복을 만들며 살아온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런데 내 얼굴 표정은 언제 어디에서나 불만이 가득한 것 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