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4일 일요일

베이스.


두 시간 잠을 자고, 오전에 일어났다.
연습하러 갔다가 오후 다섯 시에 정신없이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다른 팀의 연습이 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요일 낮, 날씨는 참 좋았다.

마지막 연습이 끝날 무렵 갑자기 전화를 받았다. 녹음을 할 일이 생겼다.
마침 하루 전에 새 스트링으로 교환을 했었다. 마침 잘 됐다고 생각했다.
낯선 장소의 믹싱 콘솔 앞에 앉아 있을 때에 기분이 좋아진다.
어떤 녹음이든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무엇인가 만들어내기 위한 자리에 자세를 바로하고 악기를 안은 채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런데 악보를 받아들었더니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이미 녹음된 음악 안에는 너무 많은 악기들이 들어가 있었다.
드럼은 시퀀싱되어 있었다.
아직 나는 사람이 연주해놓은 음악 위에 더빙하는 것 보다 기계소리와 함께 연주하는 것이 더 힘들다.
한 시간이나 걸려서 녹음을 마쳤다. 의뢰했던 분들도 좋아했던 것 같고, 약속된 녹음비 보다 조금 더 많이 봉투에 넣어줬다.

최근의 바쁜 연주와 연습과 지난 밤의 녹음같은 일들이 자주 있으면 좋겠지만, 별로 그렇지는 않다.
병주가 선물해줬던 스파이시라는 양철통도 잘 써먹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커피를 마시며 카주미 와타나베와 리차드 보나의 라이브 비디오를 다시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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