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1일 수요일

검은 고양이


 검은 고양이 깜이는 여덟살이 되었다. 두 배나 나이가 많은 언니 고양이 두 마리를 보살피느라 아무래도 덜 신경을 썼더니, 깜이는 그것이 섭섭하였는가 보다. 자주 떼를 쓰고 더 투정이 많아졌다. 깊은 밤엔 내 곁에 와서 훼방을 놓으며 야단을 친다. 그 때마다 못 본 체 하지 않고 놀아주고 달래어 주고는 있지만, 나도 여기저기 아프다. 좀 편안히 앉아 있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것을 고양이에게 설명하기엔 약간 구차하기도 하고, 고양이가 내 사정을 들어줄 것 같지도 않아서 뭐라고 말하진 못했다. 모든 응석을 다 받아줄 수는 없으니까 눈을 맞추며 쓰다듬어 주면서 내 마음을 알아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24년 2월 20일 화요일

안성에서 공연


 토요일 공연은 몸이 아픈 상태로 해야 했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허리에 주먹을 대고 문지르거나 두드렸다. 파스를 두 장 붙이고 있었지만 통증이 낫진 않았다.

공연 직전에 커피를 한 컵 가득 마셔버렸다. (맛있는 커피였다) 그 때문에 서너 곡 지날 무렵부터 오줌이 마려웠다. <둘이서>는 본래 처음부터 끝까지 베이스가 멜로디를 연주해야 하는 곡인데, 밴드리더님은 그 노래를 단순한 기타 반주로만 하길 원했다. 그 노래가 막 시작되었을 때 나는 느릿느릿 무대 뒤로 빠져나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대기실 화장실에 다녀왔다. 볼일을 보면서 지금 무대에서 흐르고 있을 노래를 머리 속에서 따라 가고 있었다. 그 곡의 2절이 끝난 뒤 간주에서부터는 베이스 연주를 하기로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무대로 돌아갔을 때 여유롭게 필요한 순간에 잘 맞춰 소리를 낼 수 있었다.

공연의 절반 뒷 부분은 가벼운 악기를 메고 거의 전부를 피크로 연주했다. 통증을 참느라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아껴보려 했던 것이었는데 힘을 빼고 연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2024년 2월 16일 금요일

음악


 스물 한 살 어느 봄날 아침에 나는 시외버스를 타고 고속도로 위를 지나가는 중이었다. 제 2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를 지나면서 나는 내 인생의 그 시간이 허비되고 있는 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푸념만 차창 유리에 뿌옇게 끼고 있었다.

자주 가던 레코드 가게에서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클래시컬 음악 카세트 테이프를 한 개 샀었다. 니콜로 파가니니 현악 4중주라는 것 정도만 알아 볼 수 있었다. 버스에서 카세트테이프의 비닐포장을 벗기고 처음 들어보았다. 그 음악이 이어폰에서 흘러 나오자마자 나는 그 소리가 좋았다.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무심하게 보면서 지금 이 시간이 그렇게까지 쓸모 없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지난 몇 주 동안 애플뮤직에서 파가니니 쿼텟의 음반을 여러 장 듣고 있는 중이다.

2024년 2월 13일 화요일

감기


 어제부터 갑자기 허리 통증이 더 심해졌다. 작은 동작에도 제한이 많다. 많이 아프고, 움직이는 데 힘을 줄 수가 없다. 유난히 아픈 날엔 무기력해진다.

아내는 감기에 걸려 힘들어 했다. 연휴 끝날이었던 어제 문을 연 약국을 검색하여 판피린과 알약을 사 왔다. 나는 아내와 같은 증상으로 오늘부터 감기기운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 아프지만 지금은 아픈 고양이들 걱정이 먼저다. 그게 먼저라고 생각은 하는데, 사실은 우선 내가 아프니까 기운을 내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