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9일 토요일

송년 공연


 해마다 연말에 해오고 있는 송년 공연. 늘 그 해의 마지막 주에 하곤 했었는데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12월 첫째주에 공연을 했다.


프렛리스 베이스로 녹음했던 곡이 오랜만에 셋리스트에 포함되었다. 전날 밤에 프렛리스 베이스를 꺼내어 잘 닦고 연습해보며 소리를 확인했다. 리허설을 할 때에 언제 악기를 바꾸어야 할지 곡 순서를 보며 생각하다가, 그냥 앞 부분은 프렛이 없는 프레시젼 베이스로 죽 연주하기로 했다.


무대에 악기를 모두 올려둔 모습만 보면, 이 밴드가 무슨 이국적인 음악이라도 할 것처럼 보였다. 잔향, 흡음 등에 신경을 쓴 공간 덕분에 연주하는 동안 소리가 좋았다.
다만, 이제 두 시간 반 동안 악기를 들고 서있는 것이 조금 무리가 되었다. 다시 의자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2023년 12월 6일 수요일

합주 연습

다음 주에 예정된 공연을 위해 합주 연습을 했다. 크라잉넛의 본부는 훌륭했다. 한 공간에 남자들만 가득 모여있는 것은 군복무 이후 처음이라고 투덜거려 보긴 했지만. (진심이었다)


 

2023년 12월 2일 토요일

이천 아트홀에서 공연


 반대편 길은 벌써부터 자동차들이 밀리고 있었지만 나는 겨우 오십여분 달려 이천아트홀에 도착했다.

이틀 전부터 어깨와 손가락에 약간 문제가 있어서 오늘은 가벼운 악기로 공연의 절반 이상을 연주하기로 했다. Moollon 재즈는 가볍고 넥 상태가 좋았지만 사운드체크를 할 때 4번 줄의 서스테인이 짧아져 있는 것을 느끼고 조금 당황했다. 벌써 스트링을 교환할 때가 되었다니, 그렇게 많이 썼던가.

펜더 재즈는 새 줄을 감아 놓았고 소리는 항상 좋지만 여전히 넥 상태가 고르지 않았다. 공연의 앞 부분에 부드러운 연주를 해야 할 때 사용했다. 리허설을 할 때 악기와 이펙트 페달에 신경을 쓰다가 그만 모니터 스피커의 음향 상태를 대충 확인하고 넘어가는 바람에 연주를 시작한 뒤에 애를 먹었다. 일부러 챙겨간 피크를 자동차 안에 두고 내려서 피크를 사용해야 하는 곡에서 곤란을 겪기도 했다. 늘 하던 일인데도 잊어먹거나 무심하게 넘겨버리는 일이 꼭 있다.

공연 시작 직전에 주차장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돌아본 곳에 머리가 하얗게 센 남자가 있었는데,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리는 데에 몇 초가 걸렸다. 어릴 적 이웃하여 살았던 친구가 아내와 함께 공연을 보러 와 있었다. 그가 공연장에 와준 덕분에 이십 오육년 만에 다시 만났다. 무척 반가왔다.


아침에

 

이른 아침. 곱게 갈아 개어서 약과 보조제를 섞은 음식을 아내가 손가락으로 떠먹여주고 났더니 고양이 이지가 편안한 모습으로 쉬고 있었다. 고요한 집안으로 초겨울 햇빛만 요란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살며시 이름을 부르자, 고양이가 뒤를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