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3일 화요일

치과 수술.


나는 치과 의자에 누워 여러 번의 마취주사를 입안에 맞은채 기다리고 있었다. 입천장을 찌르는 주사는 괜찮았는데, 주사바늘이 혀를 두 세 번 찌를 때에는 몸이 움츠러들었다. 병원에 환자손님이 조금 많아 보였었다. 그 때문이었는지 나는 마취주사를 맞은 후 삼십분이 넘도록 혼자 누워 있었다. 이윽고 CT 사진 을 한 장 찍은 다음 다시 십여분을 기다린 후 수술이 시작됐다.

나는 주사라던가 병원을 무서워 하는 겁쟁이이다. 처음 경험하는 수술때문에 많이 겁이 났다. 지난 달에 픽스쳐 한 개를 심는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 이번에도 일부러 수술에 관련된 것들을 읽어보고 수술 동영상도 몇 개 찾아서 미리 보아뒀다. 알고나면 조금 덜 두렵기 때문이었다.

오른쪽 잇몸을 절개한 뒤 의사는 내 윗 잇몸뼈 측면에 구멍을 뚫고 있었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리고 내 상악동 막을 뼈로부터 박리한 뒤에 골이식재를 채워넣는 과정이 이어졌다. 이 과정도 오래 걸렸다. 아주 한참동안 내 뼈에 뚫어놓은 구멍 안으로 골이식재를 넣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중간에 의사는 곁에 있던 간호사에게 '엄청 많이 들어가네'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시간이 꽤 흘렀다. 직원 한 분이 나에게 CT 사진 한 장을 더 찍어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했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아직 잇몸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 상태로 걸어다닌다는 것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두 번째 CT 촬영 후, 원장님인 의사 선생님이 나에게 두 개의 임플란트 fixture를 더 심겠다고 말했다. 나는 '안돼요' 라고 말할 처지도 아니었지만 이미 아까부터 벌리고 있던 입 안에 수술도구들이 들락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아무 말도 할 수는 없었다. 뼈이식을 많이 해야 했던 맨 끝 부분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두 개만 먼저 하겠다고 의사는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다시 드릴 소리가 이어졌다. 직경 3.8밀리에 길이 10밀리짜리 한 개와 직경 4.3밀리에 길이 12밀리짜리 한 개가 다시 내 뼈에 박혀있게 됐다.

잇몸을 꿰메어주는 것도 조금 오래 걸렸는데 그것이 내 기분 탓인지 아니면 너무 긴 시간 누워서 턱을 벌리고 있었기 때문인지는 잘 알 수 없었다. CT 사진을 한 장 더 찍고, 직원 분으로부터 주의사항을 들었다.

집에 돌아와 오뚜기 스프를 끓여 먹고, 아내가 만들어준 고구마 샐러드를 먹었다.

내 침대 위에는 고양이 이지가 아주 편한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 나는 고양이에게 내 사정을 설명하고 침대에서 내려가주도록 엉덩이를 떠밀었다. 그리고 나는 침대에 드러누워 베게를 높이 하고 한 시간 쯤 눈을 감고 있었다. 잠이 오는데 잘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온몸이 가려워서 일어나버렸다. 내 등과 가슴 전체에 심한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얼음팩으로 문대어보기도 하고 연고를 발라보기도 했는데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더니, 두어 시간 후에 두드러기가 저절로 사라졌다. 수술한 부위는 뻐근한 정도의 느낌이더니 마취가 풀린 후부터는 신나게 통증이 밀려왔다. 얼굴은 한쪽만 퉁퉁 붓기 시작했다. 몸에 열이 나고 춥게 느껴졌다. 욱신거리는 느낌을 잊기 위해 머리맡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두고 음악을 들으며 한참 누워 있었다.


2021년 2월 11일 목요일

섣달 그믐.

 


새벽에 깨어 계속 뒤척이다가 거의 못 잤다.

무슨 꿈을 꾸었었고 꿈 속에서 나는 아주 고된 일을 겪었었다. 밤중에 잠들기 전에 우연히 16년 전 고양이 순이의 동영상을 보았다. 영상 속의 순이는 몸집이 작은 어린 고양이였다. 순이는 화면 속에서 나를 바라보며 그르릉 소리를 내고 있었다. 천진한 표정으로 장난을 치고 카메라에 얼굴을 가져다 대기도 했다. 그 영상을 찍고 있었을 때의 기억이 살아나 계속 내 머리 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작년에 고양이 꼼이가 세상을 떠나고, 벌써 순이가 죽은지도 5년째가 되었다. 잊고 지낼만 한데도 하루에 몇 번씩 더 이상 곁에 없는 고양이 생각이 난다.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 종일 맑지 못한 정신으로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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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30일 토요일

봄은 언제.

 



아직은 겨울이지만 햇빛이 밝고 기온이 영상인 날 집안에 머물러 있으니, 봄이 오는 것 같다. 영상이라고 해도 겨우 섭씨 4도 정도. 아직은 얇은 옷을 입고 외출하기는 어렵다.

치아와 잇몸을 수리하러 매주 두 번씩 치과에 가고 있고, 허리의 통증은 조금만 방심하면 찾아와서 괴롭힌다. 악기를 관리하는 일도 컴퓨터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일도 점점 귀찮아진다. 글을 읽고 쓰는 일도 하기 싫어서 그냥 방치해두고 있다. 과거의 나를 돌아보면, 이럴 때에 내가 해야 할 것과 삼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데, 지금은 굳이 돌아보기도 알고싶지도 않다.

오늘은 갑자기 몇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아서, 긴 통화를 여러 번 했다. 통화를 마치고 나서, 모두 혼자만의 삶이라는 것을 견뎌가며 가끔씩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싶어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2021년 1월 26일 화요일

병원

 


어제 아침에 일찍 외출했다. 아버지의 병원 진료가 예약되어 있었다. 그 병원이 한산했던 적은 없었지만 이른 시간에 꽤 사람이 많고 자동차가 붐볐다. 주차를 하는데에 20여분이나 걸렸다.

아버지는 몇 가지 검사를 해야 했는데, 다행히도 더 나쁜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석 달 후에 정기적인 진료 예약만 하는 것으로 병원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내가 약을 사러 병원 앞을 걸어갔다가 오는데, 정문 앞에 어떤 노인이 몸의 앞 뒤로 크게 인쇄한 간판을 걸고 보도 위에서 소리 높여 말을 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가려다가, 그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 참신하여 읽어보게 되었다. 그 내용은 길지만 요약하자면 '미국 바이든은 부정선거' 이며, '문재인은 박근혜를 사면할 것이 아니라 사죄를 해야 한다' 라는 것이었다. 그 곁에 있는 현수막에는 '박근혜 대통령님의 쾌유를 빌고 어쩌고...'가 써있었는데, 벌써 몇 년 동안 보여지는 그 천막은 어째서 치워지지 않고 있을 수 있는지 의아했다. 감옥에 있어야 할 전직 대통령이 그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노인이 들고 있는 문구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어서 웃음도 났다.

아버지의 검사 결과가 좋아서 가벼운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고양이 두 마리는 방금 들어온 나를 흘깃 보기만 하고 다시 나란히 앉아 계속 창 밖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마 새들을 구경했던 모양이었다.

오늘. 나는 치과 수술을 시작했다. 티타늄 픽스쳐가 내 턱뼈에 박혀졌다. 첫번째 수술을 마치고 간호사의 설명을 들은 후에 밖으로 나와 약국으로 향했다. 가느다란 는개비가 뿌려지고 있었다. 흐린 날씨였기 때문인지 벌써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제 몇 개월 동안은 거의 죽만 먹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남아있는 수술이 여러 번이기 때문에, 아내를 귀찮게 하지 않고 내 끼니 정도는 혼자 해결할 방법을 찾기로 했는데... 기껏 생각해 낸 것은 오뚜기 스프와 죽을 여러 봉지 사가지고 온 것 뿐이었다. 

밤중에 갑자기 몸살 기운이 심해졌다. 입안의 통증 보다 근육통이 더 힘들었다. 감기는 아닌 것 같고, 아마도 치과에서 긴 시간 동안 눕혀지고 앉혀졌던 바람에 그랬던 모양이다. 어쩌다 보니 새해가 되어도 나는 줄곧 병원만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