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6일 화요일

병원

 


어제 아침에 일찍 외출했다. 아버지의 병원 진료가 예약되어 있었다. 그 병원이 한산했던 적은 없었지만 이른 시간에 꽤 사람이 많고 자동차가 붐볐다. 주차를 하는데에 20여분이나 걸렸다.

아버지는 몇 가지 검사를 해야 했는데, 다행히도 더 나쁜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석 달 후에 정기적인 진료 예약만 하는 것으로 병원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내가 약을 사러 병원 앞을 걸어갔다가 오는데, 정문 앞에 어떤 노인이 몸의 앞 뒤로 크게 인쇄한 간판을 걸고 보도 위에서 소리 높여 말을 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가려다가, 그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 참신하여 읽어보게 되었다. 그 내용은 길지만 요약하자면 '미국 바이든은 부정선거' 이며, '문재인은 박근혜를 사면할 것이 아니라 사죄를 해야 한다' 라는 것이었다. 그 곁에 있는 현수막에는 '박근혜 대통령님의 쾌유를 빌고 어쩌고...'가 써있었는데, 벌써 몇 년 동안 보여지는 그 천막은 어째서 치워지지 않고 있을 수 있는지 의아했다. 감옥에 있어야 할 전직 대통령이 그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노인이 들고 있는 문구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어서 웃음도 났다.

아버지의 검사 결과가 좋아서 가벼운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고양이 두 마리는 방금 들어온 나를 흘깃 보기만 하고 다시 나란히 앉아 계속 창 밖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마 새들을 구경했던 모양이었다.

오늘. 나는 치과 수술을 시작했다. 티타늄 픽스쳐가 내 턱뼈에 박혀졌다. 첫번째 수술을 마치고 간호사의 설명을 들은 후에 밖으로 나와 약국으로 향했다. 가느다란 는개비가 뿌려지고 있었다. 흐린 날씨였기 때문인지 벌써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제 몇 개월 동안은 거의 죽만 먹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남아있는 수술이 여러 번이기 때문에, 아내를 귀찮게 하지 않고 내 끼니 정도는 혼자 해결할 방법을 찾기로 했는데... 기껏 생각해 낸 것은 오뚜기 스프와 죽을 여러 봉지 사가지고 온 것 뿐이었다. 

밤중에 갑자기 몸살 기운이 심해졌다. 입안의 통증 보다 근육통이 더 힘들었다. 감기는 아닌 것 같고, 아마도 치과에서 긴 시간 동안 눕혀지고 앉혀졌던 바람에 그랬던 모양이다. 어쩌다 보니 새해가 되어도 나는 줄곧 병원만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