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3일 월요일

겨울을 보낸다.


귀여운 식구들이 아침 마다 창가에 모여 앉아 새를 구경한다.
비둘기와 참새와 직박구리들이 베란다 창가에 매일 비슷한 시간에 찾아 오고 있다. 막내 고양이 깜이는 새들을 보는 것이 정말 재미있는가 보다. 오늘 아침 깜이는 굳이 내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자다가 반쯤 열어둔 커텐 사이로 새들을 구경하느라 잠을 깨었던 것 같다. 나는 잠결에 이 장면을 찍어 놓고 다시 눈을 감고 조금 더 자버렸다.

어릴 적에 나는 겨울을 좋아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 추운 날들이 싫어졌다.
집안의 화분에는 새로 싹이 나는 여린 풀들이 보인다. 어서 따스한 바람 들어오는 계절이 시작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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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31일 금요일

햇볕.


내가 사는 집 앞에는 이제 막 시작한 강물이 한강이 되려고 달리고 있다. 맑은 날 아침에는 높이 떠오른 해가 강이 달려가는 방향을 따라 지나가며 낮 시간 내내 볕을 만들어 준다. 고양이들은 햇볕이 좋은 날에는 전날 밤에 미리 일기예보라도 확인한 것 처럼 일찍 자리를 잡고 누워서 오후까지 잠을 잔다.

고요하게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자고 있는 고양이들이 재미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막내 고양이 깜이는 눈을 뜨고는 기분이 좋은지 이상한 모습으로 갸르릉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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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5일 일요일

2020 년이 되었다.


새해가 밝았고, 새해 첫 일요일 저녁 내내 고양이들은 내 침대 위에서 함께 잠을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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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7일 금요일

해를 마무리 하는 공연.


한 해를 끝내는 공연을 했다. 같은 장소에서 세 번째, 송년(送年) 공연.
이제 이 장소에서 공연을 마치면 또 해가 바뀐다는 기분이 든다.
이 날의 공연을 잘 마무리 하고 싶어서 준비를 많이 했다. 작은 공간이므로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이펙터 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 앰프의 소리가 잘 들리기를 원했다.
연주할 곡들의 순서가 바뀌고 조(調)가 많이 달라졌다. 어떤 곡은 더 낮은 음역대에서 연주했다. 공연의 중간 부분에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를 할 때에는 평소에 연주하던 베이스 라인 그대로 하지 않았다. 마치 새로운 편곡처럼 들리게 하고 싶었다. 의도했던 대로 잘 연주할 수 있었고, 올해의 마지막 공연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올해는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되돌아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단하고 힘들었다.
불평을 하거나 투덜대는 짓은 그럴 수 있는 여력이라도 있을 때에나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해 동안 나는 한숨을 쉴 생각도 할 여유가 없었다. 미워하고 싶은 한 해였다. 어서 지나가라고 떠밀고 싶었다.

공연을 마치고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테이블에 마련된 감자튀김을 먹다가 동료가 따라준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고 말았다. 조금만 맛을 볼 작정이었는데 맥주가 너무 맛있게 느껴져서 그만 몇 잔을 거듭 마셔버렸다. 마른 진흙처럼 몸에 붙어있던 여러가지 감정들이 맥주 몇 잔을 마시며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