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3일 토요일

부산에 다녀왔다.


다대포 해변에서 공연했다.

아침 일찍 서울역에서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는 중에 읽던 책의 나머지 부분을 절반 읽었다. 오후에는 리허설을 마치고 에어컨을 틀어둔 커피집 테이블 앞에 앉아 책의 뒷부분을 마저 다 읽을 수 있었다.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는데 흥미로왔다. 피터 싱어의 '더 나은 세상'이라는 책으로, 원제는 Ethics In The Real World 였다.
요즘 생각해봤던 주제들이 그 책 안에 많이 담겨있었다. 어떤 사람은 살아가면서 더 배우려는 태도를 지니지 않으려 애를 쓰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경험 속에서 굳혀놓았던 생각이 사실과 위배될 때에 혼자 절망하는 모양이다. 절망만 하면 괜찮은 편인데 그런 감정은 쉽게 혐오와 분노로 튀어나온다. 피로하지만, 그런 사람들이라고 해도 어쨌든 대화는 해야한다.

화요일 밤부터 꼬박 하루를 못자고, 그 다음날에 조금 잤다가 어제 다시 한숨도 못잤다.
다대포 앞은 무덥고 습했다. 고운모래가 가득한 해변이었지만 수면부족과 불면으로 몸을 쉴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무대 위의 음향상태도 좋지 않았다. 가능한 체력을 잘 안배해야했다.

밤중에 돌아올 때에 열차가 늦게 출발했다. 나중에 뉴스를 보니 너무 기온이 높아 선로가 가열되어 고속열차들이 여러 곳에서 지연되었다고 했다.
새벽, 서울역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엔 음악을 꺼두고 자동차의 유리문을 열어둔채로 달렸다.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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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일 목요일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


어린 고양이 깜이는 잘 자고 잘 먹은 후에는 계속 사람이나 언니 고양이들을 치댄다.
놀아달라고.

비디오를 보여주면 고양이 깜이를 조용하게 만들 수 있다. 처음에는 고양이를 위한 비디오로 시작했다. 그런 영상에는 다람쥐나 새들이 등장한다. 영상의 길이는 고양이를 붙잡아두기에 충분히 길지만, 고양이는 금세 흥미를 잃어버렸다. 사실 끈이 움직이거나 쥐가 도망치고 있는 영상을 더 재미있어하는데, 그대신 모니터가 남아나지 않는다. 고양이가 모니터를 긁고 때려보고 뒤로 돌아가 끈이나 동물을 찾아보려하기 때문이다.
 ( https://choiwonsik.blogspot.com/2016/12/tv.html )

혹시 이것은 어떨까, 하여 애니메이션 뽀로로를 틀어줬더니 갑자기 고양이 깜이는 자세를 고쳐 앉더니 에피소드 한 개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어린이들이라면 모두 좋아한다고 하더니 어린 고양이에게도 무척 재미있는 것이었나보다.
집안의 다른 언니 고양이들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당분간 깜이를 진정시킬 때엔 뽀로로를 사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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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2일 월요일

조용했던 하루.


사진 앱에 모아둔 고양이 순이의 폴더를 클릭했더니 사진파일의 메타정보에 따라 연도가 표시되었다. 그 기간이 내가 고양이 순이와 함께 했던 시간이었다. 그 숫자를 보면서 나에게 친절했던 내 고양이를 기억하고 있었다.

삼년 전 그날 아침에 나는 화장터 직원으로부터 순이의 재가 담긴 상자를 받아들고 집으로 출발했다. 운전을 시작한지 몇 분 되지 않아 갓길을 발견하고 차를 멈췄다. 그리고 갑자기 저절로 울음이 터졌었다. 울고싶지 않아서 버텼던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참고 싶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소리도 눈물도 없이 울음이 터져버렸다. 아무도 없는 길 위에서, 뒤늦게 눈물이 빗물처럼 떨어져 허벅지를 적실 때까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그때의 감정은 정확하지 않다. 기억할 수 있는 감각은 있다. 나는 고통스러워했다. 몸이 아파왔다. 헤어지고싶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서운하고 슬퍼했던 것 같다. 세월이 흘렀는데도 이런 기분이니까, 아마 그 순간에도 그런 감정이었을 것이다.

2006년, 4월에.


슬픈 기억, 아픈 느낌은 좋지 않다. 나이 먹은 인간이라면 그런 정도는 떨쳐내거나 가슴 깊이 묻어두는데에 능숙해지는 것인줄 알았다. 나는 아마도 그런 사람은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고양이를 떠나보내는 일 역시 많은 관계들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말로 이성적인 체하며 센척을 해보았자 아픈 마음은 나아지지 않는다.
기억이 날 때엔 기억하고, 슬퍼할 때엔 차분히 슬퍼하는 게 더 낫다. 헤어지기 전까지 힘껏 행복하면 좋고, 누군가를 잃고 고통스러워할 때에 위로받지 못하였다고 해도 오래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배우면 되는 것 같다.

그날처럼 덥고 습했던 하루가 조용하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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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1일 일요일

연주.


일요일 저녁 공연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팀과 함께 연주했다.
흐린 하늘처럼 가라앉은 기분으로 집에서 나왔었는데 연주를 마친 뒤에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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