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21일 월요일

다시 김포로.



병원에서 밤을 보냈다. 병원 영업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난방장치가 꺼져있었다.
사촌동생 형제 두 사람은 한 명씩 긴 의자에 누워 잠이 들었다. 스트레스와 고단함이 밀려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추위에 떨다가 구석진 곳을 찾아 웅크리고 겨우 누웠다. 세 시가 조금 넘었을 것이었다. 몸이 떨리고 손발이 시려웠다.
다섯 시 쯤 누군가가 내 옷 속에 열이 나는 휴대용 팩을 한 개 넣어주고 갔다. 그것으로 손과 다리를 녹이며 아침까지 눈을 붙일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어보니 히트팩을 가져다줬던 사람은 정훈이었다. 그가 추워서 잠이 깨었다가 웅크리고 잠들었던 나를 발견하고 편의점에서 팩을 사왔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급히 돌아가야했다. 병원에서 정남이를 만나 인사를 나눴고, 정훈이와 나는 담당의사를 만나 상황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와 함께 병원 앞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눈물을 참는 마흔 세 살 동생 앞에서, 나는 가만히 앉아있는 수 밖에 없었다. 어떤 말을 보탤 수가 없었다.

공항에 유난히 무례한 사람들이 자주 보였다. 나는 짜증을 내고싶지 않았다. 이어폰을 귀에 꽂았지만 듣고싶은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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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0일 일요일

제주에 왔다.



아침에 이모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엄마의 전화였다.
어제까지 멀쩡했던 분이 독감증상이 심하여 응급실에 실려온 후 패혈증으로 응급 중환자실로 갔다고 했다.

아내와 부모님댁에 가서 두 분을 태우고 김포공항으로 달렸다. 어른들을 일단 공항에 내려주고 아내는 본가에 데려다줬다. 아내의 왼쪽발에는 여전히 플래스터와 붕대가 감겨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동생 내외와는 김포에서 만났다.

이모부는 몸에 잔뜩 연결된 기계들 사이에서 자가호흡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차가와진 손만 겨우 잡아보고 병실에서 나와야했다.

날이 저물었다.
내 사촌동생 형제 두 사람은 지쳐서 각자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있다. 함께 있던 사람들은 둘째가 마련해준 근처의 팬션으로 갔다. 나는 혼자 병원에 남았다. 그들에게 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잠깐씩이라도 잠들 여유가 생길 것이다.

제주의 바람은 춥고 매정하다. 많이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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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1일 금요일

몸살이 있다.


몸살기운이 있다. 근육통이 시작되고 추위를 느꼈다.
생각을 많이 하면 우울함을 덜을 수 있다.
우울해진 이유는 몸살 때문은 아닐테지만, 정신은 자주 육체에 예속된다.
겨우내 하려던 계획들은 모두 틀어져버렸다. 계획일 뿐이었으니 다시 세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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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7일 월요일

이지와 병원에.


동물병원에 다녀왔다.
이지는 게속 아프다. 스테로이드가 담긴 약을 먹이고 있는 것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앞쪽의 이빨이 다시 흔들린다고 했다. 담당 선생님은 발치를 해야한다고 말하면서, 마취의 부담이 있으니 나머지 이빨을 모두 뽑아줄 것인지 아닌지를 우리에게 판단하여 알려달라고 했다.
이지는 허리디스크도 함께 앓고 있는 중이다. 나이를 먹었고, 병을 지녔으니 고통스러울 것이다. 부쩍 혼자 있으려고 하고 간섭을 받기 싫어한다. 요즘은 내가 있는 방에 찾아와 잠을 자곤 한다. 다른 고양이들이 방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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