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0일 목요일

편안하시길.


아직 더 계셔주셨으면... 했다.
고단하셨던 삶, 이제 편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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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4일 화요일

고양이, 미안하구나.


아프고 힘들었던 것을 다 이겨내고 잘 먹고 잘 돌아다녔던 조그만 고양이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내가 고양이를 두 손에 안고 병원으로 뛰어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는 주차장에 차를 대면서도 생각했었다. 살겠지... 그렇게까지 살으려는 의지가 강했던 생명인데 쉽게 놓지는 않겠지.

아무래도 살기 힘들 것 같다는 걱정을 하는 수의사에게 모든 조치를 다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아내는 집에 돌아와 토사물을 치우고 방 청소를 했다. 다시 병원에 가보았을때만해도 희망적이었다. 산소호흡기를 사용해 겨우 호흡을 되찾고 가느다란 발에 링거주사가 꽂혀있었다. 체온을 높이고 안정을 찾은 것 같아서 내가 다가가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더니 눈을 꿈벅거렸는데, 아내가 다가가 말을 붙이자마자 갑자기 일어나서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다가 주저앉아버렸다. 제 생명을 구하고 살려낸 사람을 정말 엄마로 여기는 것 같았다. 
먹은 것 없이 모두 토해내고 아무 기운도 없었을 녀석이 아내의 손이 닿자 울음소리를 내고 일어나려고 애를 쓰다니.... 그것봐, 얘는 절대로 살아낼거야, 토닥거리면서 기운내라고 말해줬었는데.

결국 죽고 말았다고 전화를 받았다.

나는 정신을 잃은듯 소파에 쓰러져 깜박 잠이 들었다가, 그 이야기를 전해듣고 겨우 일어났다.
꼬박 이틀 동안 한 시간도 잠을 자지 못했던 아내는 넋이 나가버렸다.
병원에 가서 고양이의 화장을 부탁하고, 짤막한 설명을 들었다.
병원에서는 결국 전염병 때문인 것 같다고 말을 했다. 진작부터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아내는 집안 전체를 소독하고 손걸레로 바닥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격리한다고 방안에서 못나오게는 했었지만, 함께 사는 고양이들이 위험해지면 안되니까 한 놈씩 검사를 해야겠지.

어리고 가엾은 녀석이 혼자 힘겨워했을 마지막의 시간이 불쌍하고 안스러워서 마음이 아파 죽겠다.
나는 또 다시 그대로 뻗어 잠들었다가 일어났는데, 그때까지도 아내는 청소하고 방마다 소독하느라 몸을 쉬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불과 며칠 뿐이었지만, 살려냈다고 생각했었다. 그 조그만 생명을 위해서 뭔가 더 해주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하다. 미안하구나, 고양이야.
아내의 손냄새를 맡으면서 마지막 힘을 써보려고 했던 조그만 녀석.
아내는 이제야 아물기 시작해서 비로소 반지를 빼낼 수 있게 된 손가락의 상처를 매만졌다. 꽉 물었던 것이 미안했는지 기운을 차렸을때에 핥아주었던 새끼 고양이의 체온을 잊을 수 없을테지. 아내가 곁에 다가오기만 해도 좋아서 몸을 대고 그르릉거렸었는데.
마음속에 생명 하나를 또 묻었다. 새벽 시간, 아내는 맨 바닥에 누워 잠들고 말았다. 깨워서 침대로 가서 누우라고 말할 수가 없어서 얇은 홑이불 한 장을 덮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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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일 일요일

팔자 늘어진 고양이.


얼굴에 상처도 입고, 줄곧 설사를 하여 힘들어했던 3개월 짜리 꼬마 고양이.
며칠만에... 팔자가 늘어졌다.
처음엔 침대 곁에 자리를 펴줬었다. 슬금슬금 침범하더니 넓은 침대를 혼자 차지하고 누워버렸다.


넉살 좋은 어린 고양이. 


종일 똥 치워주고 밥먹이고 약발라주고 약먹이고...했던 아내 덕분에, 변죽좋은 아기 고양이는 목숨도 건지고 침대도 얻었다. 밥도 많이 먹고 응가도 엄청 누고, 이삼일 사이에 조금 자란 것 같기도 하다.


한편, 졸지에 찬밥신세가 되어버려 심기가 불편한 이 집의 어른 고양이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가끔 한숨을 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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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31일 금요일

백업

지난 10일, 돌아가신 대통령의 안장식이 있었던 날 밤에 갑자기 컴퓨터가 혼절해버린 일이 있었다.
데스크탑위에 열려져있던 모든 창이 움직이지 않게 되더니, 맥북에서 열이 많이 났다. 팬은 미친듯 돌고, 배터리는 순식간에 방전되었다. 재시동하여 복구를 해보려고 했는데 복구불능 메세지와 함께 이내 죽어버렸다.

늘 백업해오고 있긴 했지만, 너무 바빠서 몇 달 동안은 손을 놓고 있었고, 타임머신 기능을 쓰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백업한 이후의 내 사진들, 직접 그려 스캔해놓은 악보들, 레슨자료들, 써놓은 글들... 모든 것을 잃게될까봐 잔뜩 긴장했었다.

다음날 일을 마치고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몇 개 사서, 맥북의 하드디스크와 교환하고 별도의 외장케이스에 담아 간신히 모든 파일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룻밤 내내 별짓을 다해본 끝에 계획에 없던 지출을 댓가로 지불하고 건진 귀한 자료들이었다.

소도 찾고 외양간도 고치기 위해, 구입한 하드디스크를 아내의 컴퓨터에도 연결하여 백업하게 하고, 바빠서 미뤄두고 있었던 DVD 백업을 하고 맥 오에스를 재 설치했다. 원래 사용하던 그대로 시스템의 파일을 일일이 옮기고 나니 무려 여섯 시간이 걸렸다. 열 시간이 걸렸다고 해도 꼭 해야할 일이었다.

하루 하루 쌓이는 파일들은 대부분 사소하고 의미없어 보인다. 그러나 언제라도 다시 구할 수 있는 것이 있는 것이고, 잃고 나면 영원히 되찾을 수 없는 것이 있는 법이다. 백업해둬야하고 관리해야한다.

그런데 사람의 관계라는 것도 비슷하다. 누군가와의 관계라는 것은 수많은 나날이 쌓여 두터운 흙담처럼 굳어진다. 그런 것은 일순간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고, 한번 잃고 나면 영원히 복구되지 않는 것도 있는 법이다. 백업해둘 수도 없다.

그런데 나는 내 컴퓨터가 그날 왜 갑자기 기절해버리고 말았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 그날은 DDOS인가 하는 바이러스가 윈도우즈들을 공격하느니 마느니 사람들이 부산을 떨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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