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1일 월요일

기자질.

평소 연예 기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누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므로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모른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에는 항상 연예인의 기사를 맨 앞에 띄워놓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는 일이 많았다.

막내 형님이 사고로 돌아가신지 열흘 남짓, 지났다. 팬 카페의 분들이 그와 관련된 기사들을 스크랩해두고 계시는 덕분에 여러 매체의 기자들이 쓰고 있는 기사들을 전부 읽어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나는 기자의 업무라는 것이 컴퓨터 앞에서 적당히 소식을 수집하여 가공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아니면 복사하여 붙이는 일이라던가.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왕년의 어느 록밴드 드러머가 세상을 떠났는데, 길게 써봐야 무엇하며 조사를 하면 또 뭐할건가. 그런 식이라면 모 밴드의 원로 기타리스트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몸이 아프다는 것도 써야할 판이고 어째서 해마다 은퇴기념 공연을 여는 원로가 계신가에 대해서도 취재를 해야 할 것이므로... 소모적이고 인기없고 인지도가 떨어지는 기사는 쓸모없는 것이겠지.

돌아가신 분에 대하여 왜 대접해주지 않느냐는 투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기자 여러분들 대부분은 그 밴드의 음악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유명한 연예인의 친동생이더라, 에서 생각이 멈춰있어도 된다. 음악전문지도 아니고 그냥 스포츠 신문, 연예기사 사이트의 기사들이니까 상관없다. 부고의 기사 몇 줄 쓰려고 옛날 록그룹의 음악을 찾아 들어보며 비행기를 타고 현지로 날아가 조사를 벌여야한다고 억지를 부리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취재는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묻고 싶었다.

2008년 2월 10일 일요일

고단하다.


커피를 두둑하게 주문한데다가, 친구가 특별히 덤으로 한 봉지를 잔뜩 더 담아서 보내줬는데도 벌써 커피콩이 많이 줄었다. 밤 사이에도 커피를 꽤 많이 마셨다. 한 잔을 더 마시고 잠이 들면 딱 좋겠지만, 참기로 했다.

테이블 위에는 세 개의 랩탑들이 저마다의 일을 마치고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한 개의 윈도우즈 랩탑은 맥에서 작동되지 않는 일들을 한 뒤 아까부터 쿨쿨 자고 있다.
몇 년 전에도 홈페이지에 써둔 기억이 있는데, 도대체 누구나 '한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마이크로 소프트 워드'를 쓰고 있다는 생각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냐고 물어보았자 한국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길게 설명을 해줘도 파일을 보내는 분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hwp와 '알집'의 파일들을 보내준다. 이 집의 윈도우즈 컴퓨터 마저도 '한글' 프로그램은 설치되어있지 않다. 늘 파일을 변환하느라 엉뚱한 잔손질을 거치고 있다. 그들의 고집만큼 나도 미련해서, 아직도 '한글' 프로그램을 구입하지 않고 '부트캠프'도 써본적 없이 텍스트 파일들을 만진다.

누구나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잔다는 것도, 누구나 밤에는 잠들고 아침이면 일어나 출근을 한다는 것도 선입견일 수 있다. 세상의 일들은 그런 스테레오 타입의 연결로 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명절연휴엔 어느 집에나 아버지의 형제들이 모인다거나, 누구나 따뜻한 가족에게 찾아가 뜨뜻한 떡국을 먹고 있으리라는 짐작도 대부분 허상이다. '그렇게 해야 정상'이라고 하는, 편견이다.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듯 불편해하면서 운전을 하다가 폐휴지를 가득 실은채 수레를 끌고 가는 노인을 보았다. 힘에 부쳐 도로에 멈춰 서더니 큰 탄식을 했다. 자동차 안에 앉아 있던 내 귀에 그의 탄식은 들리지 않았음이 틀림없었을텐데, 나는 아주 긴 한숨소리를 들었던 것 같았다.

갈 곳 없었던 사람들, 가고 싶은 곳이 없었던 사람들, 주저앉아 쉴 수도 없었던 사람들에게도, 행복한 순간들의 습격을 받기도하고 즐거운 일에 놀라기도 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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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9일 토요일

좋은 아침이었다.


늘 밤을 새운 후에 아침이 되었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잠을 자기 시작하는 생활을 하며 지낸다.
오늘 아침에는 유난히 방 안에 햇빛이 많이 들어왔다.
언제나 세상에 어둠이 내려와 앉으면 비로소 뭔가 시작되는 느낌, 안정되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혹은, 그렇다고 생각해왔던 모양이다. 전등을 켜지 않은 방 안 가득 햇빛이 들어와 길게 누웠다. 조용했고 평화로왔다. 고양이 순이가 무슨 일인가 하며 곁에 다가오더니 내 몸에 머리를 기대고 함께 누웠다.

아무 것도 쓰지 않고 열흘을 지냈다. 생각해보니 언제인가부터 웹에 글을 쓰지 않을 때에는 다른 것들도 쓰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펜을 잡아보니 처음 배우는 악기처럼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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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일 토요일

천진한 눈.


순이는 워낙 수다가 많은 고양이이다.
욕실에서는 옹알옹알 앵알앵알 쉴 새 없이 떠들었다.
불평으로 시작했다가 기분이 좋아져서 재잘거리기도 했다.

물기를 닦아주고 털을 말리느라 안고 있었더니 천진한 눈으로 사람을 쳐다보았다.
귀여운 고양이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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