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19일 토요일

어린 아이들.


동생의 블로그에서 이 사진을 발견하고 좋아했다. 지난번 남이섬에서 공연할때에, 여동생 식구들이 그곳에 놀러왔었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지만 거의 만나지 못하는 (당연하다.) 삼촌이 연주하는 것을 처음 직접 보게된 셈이었다.
어느날 저 꼬마 남매중 오빠라는 녀석이 제 엄마에게 물었다지. '삼촌은 왜 밤에 돌아다닌대?'
그래서 그날 오후는 내가 조카녀석에게 삼촌이라는 작자는 좀비가 아니고, 낮에도 움직이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였다.
시끄럽지도 않은지 무대 앞에서 구경을 하는가 싶더니 어느틈엔가부터 넓은 흙마당을 차지하고 앉아 장난에 열중하고 있었다. 연주하는 도중에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재미있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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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한 여름.


새벽, 태풍 덕분에 바람이 불어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어제는 아예 오후에 잠들어서 밤 열시에 일어났다. 지금도 J형의 녹음실... 도로가 막힐테니 버스가 다니기 전에는 집에 돌아가야하는데.
Bonnaroo 2006에서 공연한 플렉톤스의 동영상을 봤다. 빅터 우튼의 쇼가 인터넷에 넘치게 돌아다니다보니, 식상할 지경이다. 이 벨라 플렉과의 공연이 빅터 우튼 밴드의 것과 흡사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이 가장 최근의 그의 모습이므로 다음달에 예정되어있는 자라섬에서의 공연도 이것과 크게 다를것도, 그다지 특별해질 것도 없을 것 같다. 어쩐지 점점 보러가고 싶은 마음도 덜 생기고... 아마도 우리나라의 관객들 역시 기대하는 것이 그런 것일테니 분명 서커스같은 공연이 될 것 같아서 흥미가 떨어지고 있다.
리차드 보나 밴드의 유럽투어나 (가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만 들고 있다.
소리들에 질려서 머리속이 몽롱해져버렸다. 아까 김동우를 만났는데, '너 일주일 동안 어디 다녀왔냐'라고 물었다. 낮에 자고 밤에 깨어있다보니 친구들에게는 '어디론가 떠나있는 존재'가 되어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밤과 낮을 바꾸어 지내다보면, 자고 일어날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전화했던 기록이나 확인하게 되고, 새벽시간이 되어 정작 심심하군... 싶을때엔 전화할 사람도 불러낼 수 있는 사람도 없게 되어있다. 이런 식으로 여름을 보냈으니, 선선해지면 일부러라도 낮생활로 돌아가줘야만 하지 않을까. 같은 땅에서 다른 시간대로 지내다보니 점점 더 혼자가 되는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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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16일 수요일

새벽.


새벽, 가로등.

2006년 8월 14일 월요일

징그럽도록 싱그럽다.


뙤약볕의 한여름날 남이섬. 초록색의 나무들이 열심히 그늘을 만들어줬지만 다 소용없었다.
소나기는 커녕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데 높은 기온에 더높은 습도에... 나는 완전히 축 늘어져서 젖은 수건과 함께 의자위에 널려져있었다. 몹시 지쳤지만 땀을 흠뻑 흘리며 연주를 마친 후에는 기분이 좋아져있었다.
흐느적거리다가 낮은 평상에 벌러덩 누웠더니 나뭇잎들이 킬킬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숲 냄새를 가득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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