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7일 목요일

기분이 가라앉아버렸다.


남의 탓을 하고 싶지 않다.
내 탓을 하며 이렇게 기록해두고 잊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에 정말 최선을 다 하고 싶었다. 연주 자체는 못할 수도 있고 잘할 수도 있다. 공연의 평가, 관객의 반응, 동료들의 격려, 칭찬 등은 콘서트라는 것과는 무관하다. 문제를 잘 알고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얼마나 해내었는가는 남이 아는 것이 아니다. 나는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 그것 때문에 정말 마음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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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6일 수요일

김광석 밴드.


7월을 광석 형님의 공연으로 시작했다.
일찍 도착하여 리허설을 하기 전에 앰프에 연결하고 소리를 들어보았다.
어쩐지 음향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리허설을 마친 후에 테이블에 악기를 올려두고 줄을 새로 갈았다.

공연을 마친 후에는 근처의 클럽으로 뛰어가 연주를 했다.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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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5일 화요일

공연하는 날.


이번 공연처럼 마음에 부담이 큰 적이 없었다.
조용한 마음으로 잘 자고 일어났어야 했는데, 포악한 꿈을 꾸고 잠을 깬 후에 다시 잠들지 못했다.
혹시 내 심연에는 어딘가 잔혹한 면이 있는 것인가. 어떻게 그런 끔찍한 꿈을 꿀 수 있나, 했다.
긴장 때문이었을까.

언제나 그랬듯이 연주하는 것 자체는 마음이 편했다. 악기를 연주하는 것에 대한 자만이 아니다. 당연히 두렵고 마음은 무겁다. 그러나 무대라는 장소는 늘 편안하다. 관객은 많을수록 쉽다. 다행히 인터넷 예매는 이미 매진이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항상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본질 외의 것들이었다. 지금도 몇 가지의 걱정거리들이 각성제가 되어 신경을 날카롭게 했다. 대부분 공연과는 상관없는 신변잡기의 일들이다.

비몽사몽으로 오늘밤 두 개의 공연을 어떻게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몸을 조금 더 긴장상태로 이틀만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목요일에는 푹 자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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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28일 화요일

장마.


한밤중에 울면서 친구가 전화를 했다.
평소의 자존심을 술기운으로 가리고, 아예 엉엉 울고 있었다.
아프지 않고 슬픔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안됐다.
나쁜 일들은 저질 연속극 같다. 스토리의 구성은 산만하고 끝날 줄은 모른다.
자신에게 닥친 일 앞에서 늘 의연했던, 언제나 감상에 젖지 않으며 냉정했던 친구였다. 늘 과묵했던 친구였는데... 겨우 소주 몇 잔에 울며 전화질이라니.

그런데 나는 어쩐지 점점 마음이 차가와졌다.
나도 머리를 쥐어 뜯으며 정물화처럼 하루 종일 웅크린채 여름을 보낸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기운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약을 먹는다거나 아파트 옥상에서 한 번 뛰어내려볼까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그럴만한 일도 아니라면, 결국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적당히 울고 난 친구는 전화를 끊었다.
어쩐지 내 귓속에 남은 친구의 목소리를 타고 술기운이 흘러들어온 것 같았다.
나도 술을 마시고 전화질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것, 정말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배워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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