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 12일 목요일

메탈리카


주문했던 음반들이 오전에 도착했다.
몇 가지 필요한 악보들을 정리하고 배달되어 온 상자를 뜯어보았다.
새 시디들의 포장을 벗기고 음악을 듣는 순간이 즐겁다.

메탈리카의 신보, 좋았다.
시디는 하드디스크에 음원파일로 옮겨뒀다. 함께 담겨있던 비디오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눅눅한 초여름날, 저녁 늦게까지 메탈리카를 들었다.

리뷰나 비평들은 이 음반을 나쁘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 것들은 듣고 읽을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메탈리카 덕분에 아직 듣지 못한 새 시디들이 남아있다. 아직 들어보지 못한 음반들을 책상 위에 겹쳐 올려두고 있는 기분도 좋다.

라이센스 음반을 구입하는 경우 그 안에 끼워진 우리말 속지는 여전히 한심하다.
그것은 음악을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다 할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음악에 대한 논의도 아니고 광고도 아니다.
그냥 유치하기 짝이없는 일기와 비슷하다.

"커크해밋의 날카로운 피킹에 쓰러진 많은 사람들은 주작의 기운이 자욱한 무덤의 평원을 이루었고..."

라는 따위의 어투와 문체를 보고 그만 그 종이를 꽉꽉 구겨서 쓰레기통을 향해 던졌다. 그러나 쓰레기통에 한번에 들어가지 않는 바람에 굳이 일어나 그것을 다시 집어서 버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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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10일 화요일

새벽.


하기 싫은 연주였다.
재미있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새벽에 국도를 달리다가 잠시 차를 세웠다.
커피를 한 잔 사고,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식혀 마셨다.
차갑고 습한 공기가 코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면서, 불평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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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5일 목요일

빅터 베일리의 베이스.


빅터 베일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1년이 넘도록 분실한 베이스에 대한 광고를 올려두고 있다. 휴스턴 공항에서 분명히 체크를 하고,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했는데 베이스가 없어졌다고 했다.

그가 베이스를 되찾을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미국의 국내선 항공사에서는 그런 사고가 흔히 일어난다고 들었다.

오랜 후에 이베이 같은 데에서 저 악기가 나오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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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3일 화요일

창피했다.

불규칙한 생활이 계속되고 있었다.
하루 한 끼 정도 먹고 잠은 계속 못잤다.
뒤엉킨 생활로 날짜를 가늠하지 못했던 날도 있었다.
그 결과를 오늘 제대로 맛봤다.

밤 열 시에 시작해야 하는 일인데, 오후 여섯 시에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알람을 맞춰두고 두 시간만 잔 다음 일어나려고 했었다.
갑자기 벼락을 맞은듯 깜짝 놀라서 깨어났더니 열 시 십 분이었다.

일하러 가야할 곳은 여의도였다.
아무거나 챙겨입고 걸치고 신고 달음질쳤다.
전화를 걸어서 방금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다는 말을 할 때엔 정말 죽고 싶었다.
열 한시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그곳에 들어섰을 때에 내 얼굴에 한꺼번에 시선들이 꽂혔다.

다행히 그곳 사람들의 배려로 시간이 조정되었고, 한 시간 늦게 시작하여 연주를 마쳤다.
동료들에게 미안하여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말 창피했다.
오늘 일로 내 생활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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