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9일 일요일

춘천에서 공연을 했다.


아침에 출발하면서 패딩 자켓을 챙겼다.
나는 춘천의 날씨를 아주 잘 안다. 해가 떨어지기 전 부터 추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날씨였다.
나는 하루 전에 자동차의 타이어를 새것으로 교환했다. 타이어 네 개가 전부 마모선이 지워질 정도로 닳아 있었다. 타이어를 교환하면서 엔진오일도 교환했었다.
춘천의 공연장 앞에 주차를 하고 시동을 끄려고 했을 때에, 자동차의 계기판에 '엔진오일 부족'이라는 경고등이 켜졌다.

하루 전에 교환했던 엔진오일이 부족하다니. 오일을 교환할 때에 찜찜했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보험회사에 전화하여 출장서비스를 부탁하고 임시 조치를 했다. 리허설을 마친 뒤에 가장 가까운 정비소에 가서 몇 시간 동안 기다렸다가 점검을 하고 부족한 엔진오일을 마저 보충해야 했다.


공연 시간 전에 여유있게 공연장에 돌아올 수 있었다. 갑자기 잠이 쏟아졌다. 미리 챙겨갔던 두꺼운 외투를 덮고 몇 십 분 정도 차 안에서 자고 났더니 몸이 개운해졌다.
익숙한 장소에서 연주를 했다. 이곳에서 몇 번째 연주를 했는지 세어 뒀었는데, 이제는 그만 잊었다. 여름 이후 오랜만에 다른 친구들도 만나 무대 곁에서 손을 잡고 인사도 했다.

집에 돌아올 때엔 일부러 국도를 선택하여 음악을 틀어두고 느린 속도로 운전했다. 아파트의 주차장에서 자동차의 시동을 끄기 직전에 비틀즈의 The Fool On The Hill 이 막 끝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