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일 일요일

함평에서, 그리고 장례식장

 

새벽에 깨어난 후 다시 잠들지 못하고 있다가, 문득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깨어있는 채로 누워있는 것보다는 아예 아침 일찍 출발하여 공연장 근처에 가서 쪽잠을 자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욕실에서 씻고 나와서 짐을 챙기는데 전화기에 김규하의 이름으로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여섯 시 오십 분에 나에게 전화를 했다면,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이라고 금세 알 수 있었다. 급히 전화를 해보았다. 그의 모친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벽 내내 혼자서 일을 겪은 그의 목소리에 여러가지 감정이 섞여 있었다. 나는 공연을 마치는대로 장례식장에 가겠다고 말했다. 운전 중에 한 번 더 통화를 했다.

행사장 앞에 일찍 도착하여 근처 한적한 장소를 찾아 주차를 하고 차 안에서 잠을 청했다. 헤드폰을 쓰고 음악은 꺼둔 채로 노이즈 캔슬링을 켜놓고 잠이 들었다. 소음이 들리지 않은 덕분에 잘 잤던 것인지, 너무 잠이 부족하여 쉽게 잠들었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두어 시간 동안 푹 잤다.

기상예보에 함평 지역엔 센 바람이 불고 있다는 내용이 따로 표시되고 있었다. 기온이 아니라 바람 때문에 더 춥게 느껴졌다. 손가락이 얼어버렸던 것은 지난번 파주에서와 같았지만 이번엔 오후 네 시에 공연을 시작하여 그 때보다 연주하기에 덜 어려웠다.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다가 이상한 춤을 추고 있던 사람 때문에 순간적으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찬 바람에 추워하며 연주를 한 후에 따스한 시트 위에 앉아 운전을 하고 있으니 자꾸 졸음이 왔다. 해가 진 후엔 피로와 졸음을 쫒기 위해 휴게소와 졸음쉼터에 몇 번 더 멈추어야 했다.
밤 열 시 반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돌아가신 분의 영정 앞에 절을 하고 나보다 몇 배 피로해 보이는 김규하를 만났다. 장례식장 주차장에는 한번씩 쌩 하고 얄미운 바람이 지나갔다. 나는 이날 열 한 시간 반 동안 운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