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3일 목요일

忌日


봉안담 앞에 서서 작은 문을 여는데 문에 남은 압축기 자국이 지저분하게 남아 있었다. 유리문엔 빗방울이 말라붙어 있었다. 나는 차에 가서 물티슈와 타올을 가져와 그 땟자국을 닦고 지웠다. 일년 전 벌어졌던 일들을 조각조각 떠올려 보았다. 뒤돌아서 걸으며 시계를 보았더니 한 시간이나 지나있었다. 그렇게 오래 그 앞에 서있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수 없이 많이 다녔던 길을 따라 북한강을 건너 달렸다. 고속도로에 들어선 후엔 속도를 유지하며 음악을 들었다. 고음질 파일을 USB 저장장치에서 재생하니 듣기 좋았다. 음색이 좋다, 라고 생각하다가 사십여 년 전에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니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었던 기억이 났다. 아침에 아버지 차에서 내려 학교 문을 향해 걷고 있으면 조금 전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노래가 순서대로 외워지곤 했었다.

나는 감기 몸살 증상이라기엔 좀 특이한 것을 겪고 있다. 냄새를 못 맡고 있는 중이다. 밤중에 뉴스에서 요즘 독감과 코로나 바이러스가 섞여서 유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쩐지 이렇게 오래 낫지 않고 있더라니, 했다. 몸이 아프지만 힘들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판데믹 기간 동안에 여러 번 노인과 병실에 함께 있었다. 운 좋게 나는 그 기간 동안에는 한번도 COVID-19에 감염되지 않았었다. 감기도 걸리지 않았었다. 지금은 내 몸 하나만 간수하면 되니까 이 정도 아픈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