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시간 삼십 분 전에 도착했다. 왜란 중에 부래산에서 불에 타 없어졌던 서원을 새로 지으면서 저 은행나무를 옮겨와 심었다고 한다. 오백 살 나무 주변엔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모여 있었다. 조용한 곳을 찾아 좀 더 걷고 싶었는데 아직 사라지지 않은 몸살 기운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았다.
리허설을 할 때엔 볕이 있어서 덜 했지만 공연 시간이 되어서는 손이 시렵고 많이 추웠다. 기온 탓이 아니라 내가 추위를 더 느낀 것이었겠지. 할 수 없이 외투를 입고 둔한 모양으로 연주했다. 중간에 모니터 수신팩이 꺼져버리는 일이 생겼다. 귀에서 인이어를 빼고 앰프 소리를 들으며 연주했다. 작은 가설 무대였기 때문에 대충 드럼과 기타 앰프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오늘도 왕복 여덟 시간 운전했다. 차에서 짐을 내려 챙기면서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으로 이 달의 일정을 끝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