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5일 금요일

순이와 다시 병원에.


월요일에 동물병원에 다녀온 후, 순이의 상태가 좋아지지 않고 있었다.
새벽에 힘들어하는 고양이를 어루만지고 쓰다듬다가 일곱시가 다 되어 자버렸다. 내가 다시 깨어난 것은 오전 열시였고, 그 세 시간 남짓 사이에 아내가 일어나 순이에게 밥을 먹이고 약을 먹였다고 했다. 그러나 순이는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있었다.
겨우 자리를 잡고 숨을 쉴 수 있게 되면 가쁘게 호흡을 하며 움직이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다시 병원에 급히 갔다.
병원에서도 설명을 듣거나 진료를 하느라 시간을 지체하는 일 없이 곧장 고양이를 산소처치실로 옮겼다. 흉수를 150ml 뽑아야했다. 수액을 맞추고 필요한 주사를 더 맞추었다.

긴 시간 동안 고양이가 주사를 맞으며 산소실 안에 들어가 있어야 했기 때문에, 아내와 나는 그 앞에 앉아서 순이를 지켜보며 이름을 불러주기도 하고 빌 에반스의 피아노 음악을 들려주기도 했다. 순이는 편안한 표정을 되찾았다. 나중에는 길게 몸을 펴고 잠깐 잠을 자기도 했다.
오전 11시 반에 집을 나서서, 저녁 6시가 되어서야 돌아올 수 있었다.

응급처치에 지나지 않을 뿐, 순이를 완치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수의사 선생님과도 많이 대화를 나눴다.
집에 함께 돌아온 후에 순이는 걸어다니기도 하고 물을 청하여 조금 먹기도 했다. 캔사료를 따줬더니 그것을 조금이나마 스스로 먹었다. 밤중에는 서늘한 곳을 찾아 앉아 있기도 했다. 스크래쳐에서 발톱을 긁어보기도 했다. 나는 순이가 앉거나 눕는 자리마다 마른 수건과 매트를 펴주었다. 새벽에 주사기로 물을 조금씩 먹여 보았다. 낮은 접시에 물을 따라주면 순이는 혀를 내밀어 물을 적시는 정도로 맛을 보기도 했다.

순이가 다시 구석으로 걸어가 마른 수건 위에 편안히 눕는 것을 보고, 나도 그만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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