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4일 목요일

무거운 여름.

지난 밤에 1시 즈음 잠들었다.
리차드 보나의 새 음반을 들으며 잠이 들어버렸다. 네번째 곡까지만 기억에 남아있었다.
자리에 누운지 16분 정도 지나서 자버렸다는 말이 될 것이다.

아침 여덟시에 깨었다. 눈을 감고 더 누워있으려 했다. 그러다가 고양이 순이가 생각이 나서 마루로 나가보았다. 아내의 베개가 소파 위에 찌그러진채 놓여있었다. 아마도 밤중에 순이를 보살피느라 그곳에서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고양이 화장실들을 청소하고 물에 불려놓은 사료를 숟가락으로 곱게 으깨었다. 순이에게 약을 섞은 사료를 조심조심 먹였다.

합주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걸어나오다가 바람에 위아래로 까딱거리는 꽃들을 보았다.
사진에 담아두고 싶었다.
어릴적에는 이 꽃이 보기 싫었다. 강요받았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이름을 바꿔 부르면 문득 예쁘게 보인다. '샤론의 장미'가 영어식 이름이었을 것이다.

오후에 집에 돌아와 다시 고양이를 돌봤다. 낮에 아내가 에어컨을 틀어줬더니 순이가 숨을 쉬는 것이 조금 더 편하게 보였다고 했다. 얼려둔 아이스팩을 수건에 감싸서 순이의 자리에 놓아줬다.

다시 저녁. 순이를 위해 사료를 물에 불려놓고, 먹이다가 남은 깡통사료는 냉장고에서 꺼내어 녹여두고 있는 중이다. 순이는 얼음팩을 반쯤 안고 잠이 들어있다. 너무 체온이 내려갈 것이 걱정되어 마른 수건을 한 장 더 접어 그 사이에 놓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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