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27일 일요일

비내리는 밤에 절에서 공연했다.

연등 천장 아래에서의 연주.
비를 맞으며 매달려 있던 고운 빛의 등마다, 불자들의 이름들이 써있었다.
이름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는 것으로 복을 얻고 열반에 이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테지만, 종교가 되었든 마음의 기원이 되었든 사람들의 희망들이 걸려있다고 여겨졌다.
빼곡히 걸어둔 많은 연등 위를 두들기는 소리를 내며 비가 퍼붓고 있었다.

'비가온다고 해도 일정대로 공연은 진행할 것입니다', 라고 안내하는 분이 말했었다.
비가 많이 내릴 것을 대비하여 공연스탭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빗속에서의 공연은 아름다왔다. 빗소리는 그다지 들을 여지가 없었다. 다른 악기들의 소리에 예민해져있어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주하는 내내 고개를 들어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방울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젠 장마가 온다고 하면 예전처럼 즐거워하거나 하지는 않게되었다. 해마다 수재를 입는 같은 땅의 다른 분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날이 궂으면 어쩐지 무릎이 아플 때가 있어서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것 보다, 이제는 좀 맑은 하늘 젖지 않은 땅에서 걷고 싶어졌다. 그것이 한참동안이든 당분간이든간에 눅눅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는 느낌일까, 그런 것이 생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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