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18일 토요일

프레시젼 베이스.


벌써 그렇게 오래 되었나.
8, 9년 전에 이태원에서 미국에서 온 어떤 베이스 연주자를 만났었다.
흑인이었던 그는 내 악기를 직접 쳐보더니 뭔가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오후였고 창문 밖에는 따스한 햇빛이 가득했었다.
그는 그 때 나에게, "precision is hotter than jazz"라고 했었다.
그런데 혹시 hotter가 아니라 harder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나중에야 해봤었다. 나는 우리말도 가끔 못 알아듣기 일쑤이다. 한국영화를 볼 때에 자막이 있으면 아주 편안해 한다.

재즈베이스만 사용해보았던 나는 프레시젼과의 차이라고는 그저 픽업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요즘 연주할 때에 프레시젼을 사용해보고 있었는데, 이제 그 두 베이스들은 아주 다른 악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주방법도 달라야 하고, 음색에 대한 생각도 달라져야 했다. 같은 악기의 다른 모양일 뿐인데 제법 큰 차이를 느꼈다. 소리의 질이 어떻다느니 하는 것은 훨씬 나중의 문제였다.
프레시젼 베이스를 연주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지 나에게는 지금 더 어렵다. hotter일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harder 는 맞다고 생각했다.

지난 며칠 동안 존 디콘의 연주들을 반복해서 들었다. 제임스 제이머슨의 음색과 프레이즈도 많이 들었다.
친구가 피노 팔라디노를 좀 들어보라고 권했지만 어쩐지 잘 듣게 되지 않았다. 그는 수천 곡의 세션을 했으니 나중에 내 취향에 맞는 그의 연주를 찾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 나를 매료시키고 있는 것은 이제와서 새삼 존 디콘의 연주이다.
재즈베이스와 프레시젼은 반드시 한 개씩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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