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30일 화요일

꼼이가 떠났다.

나의 고양이가 세상을 떠났다.

오후 두 시에, 꼼이가 떠났다.
가여운 고양이는 우리의 품에서 죽었다.
이렇게 죽을줄 몰랐다. 석달 동안 꺼져가는 생명을 지켜보면서 나도 아내도 꼼이가 죽을 것 같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 것일 뿐이었다.

고양이를 화장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에 나는 혼자 생각했다. 그렇게 힘겨워 하다가 숨을 멎게 될 때까지 우리는 고양이를 쓰다듬고 입 맞추며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옳은 것이었을까, 아니면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안락사를 했어야 맞았던 것이었을까. 나는 여전히 어느 쪽이 옳은지 모르겠다.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슬프고 마음이 아프다. 나는 숨이 멎은 고양이 꼼이의 털을 여러번 빗질해주고 있었다. 순이가 죽을 때에 엉크러진 털이 입과 몸에서 나온 진액에 굳은채 차갑게 말라붙었었다. 그것이 나는 너무 미안했었다. 꼼이는 단정하고 빛나는 흰 털을 가지고 생전에 내내 그랬던 것처럼 잘 생긴 고양이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눕혀져 있었다.

나는 무지개다리, 고양이 별과 같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것으로 포장해보았자 현실은 그냥 고양이가 죽어버린 것이다. 허무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그 상황을 억지로 예쁘게 꾸미는 말이 나는 싫었다.
하지만 나는 꼼이 덕분에 무척 행복해했었다. 꼼이는 아름다왔고 사랑이 많았다. 감정이 풍부하고 착했다. 순이도 꼼이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고양이였다.
그래서 나는 그런 것을 믿지 않는데도, 4년 전에 먼저 떠났던 내 고양이 순이가 오늘 꼼이를 만나서, 반갑게 서로 몸을 부비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제대로 상상이 되지는 않았어도, 그래도 그런 동화같은 이야기라도 머리 속에서 꾸며내고 싶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아서, 그랬다.

꼼이에 대하여 뭔가 더 적어놓고 싶었는데, 지금은 무엇을 쓰지도 읽지도 못하겠다.
내일도 비가 내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2020년 6월 27일 토요일

무력감.


꼼이의 상태가 점점 더 나쁘다.
세번째 수혈은 효과가 없었다.
이제 너무 비틀거려서 똑바로 걷지 못한다. 화장실에 들어가 오줌을 누는 것도 힘겨워 한다.

사료를 먹이고는 있지만 그것이 고양이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약도 먹이고 있지만 그 약으로 꼼이의 빈혈을 막아줄 수가 없다.
점점 더 빠르게 이별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아내가 수의사 선생님과 지난 번에 안락사에 대한 대화도 했었다고, 오늘 나에게 처음 말했다.
이성적인 척, 합리적인 척 한다면 그런 선택을 해야만 할 상황에 대해서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꼼이는 베란다 구석에서 편안히 눕지도 못한채로 있었다. 새벽에 사료를 먹인 후 이동장 위를 천으로 덮어줬더니 그 안에 들어가 있었다. 아침까지 그 안에서 자고 있기를 바랐는데 잠시 후 확인해보니 다시 작은 방에 있는 붉은 캐비넷 아래에 숨어들어가 있었다.

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하루를 더 살더라도 고양이가 덜 아프게 해줄 방법은 없을까, 그 생각만 했다.



.

2020년 6월 26일 금요일

몸이 안 좋았다.


고양이 꼼이의 상태가 하루가 다르게 나쁘다.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이 틀림 없다.
꼼이는 이틀 전부터 자꾸 방구석에 있는 붉은색 캐비넷 아래로 숨어 들어갔다. 집에서 가장 어두운 곳을 찾아 다니다가 발견한 곳이 거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실은,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했다. 4년 전 고양이 순이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똑같이 그 캐비넷 밑으로 숨어들어가 나오지 않으려 했었기 때문이다.

구석진 곳에서 나와 몇 걸음 걷더니 그 자리에 다시 누워버리는 것을 보게 된다. 눕고싶어서가 아니라 어지럽고 기운이 없어서 그런 것이었다. 나는 꼼이를 부축하여 물그릇이 있는 곳까지 옮겨주고 조금 뒤로 물러나서 지켜 본다. 꼼이는 비틀거리며 느리게 걸어가 이번에는 베란다의 제일 끝 구석에 가서 누웠다. 나는 새 그릇에 물을 따라서 그 자리에도 한 개 가져다 놓았다.
지금은 다시 나에게 다가오더니 이마로 내 다리를 건드리고 얼굴을 부볐다. 고맙다는 뜻인지 아니면 혹시 기운이 좀 생겨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의자에서 내려와 앉아서 꼼이를 안고 쓰다듬어줬다. 고양이는 다시 엉금 엉금 기어서 또 붉은색 캐비넷 아래로 들어갔다.

기온이 조금 떨어지고 비가 내렸다.
어쩐지 내 몸이 조금 안 좋다. 추위를 느껴서 집에 돌아올 때에 자동차 시트의 열선을 켰다.

오전에 아내가 꼼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세번째 수혈을 받도록 했다.
어제 나는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곧 동물병원으로 가서 수혈을 마친 고양이를 데리고 오기로 했었다.

밤 아홉시에 병원에 도착하니 꼼이는 우리를 보고 반가운 얼굴을 했다. 그러나 이내 다시 표정이 좋지 않았다. 꼼이는 집에 돌아오는 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움직이려고 하지도 않았다. 집에 돌아와 물을 많이 마시더니 고양이는 그대로 드러누워 자고싶어했다. 거의 여덟 시간 동안 병원에 있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았다. 꼼이의 발바닥이 모두 차가왔다. 물을 많이 먹은 후에 피가 섞인 오줌을 누었다.

나는 잠들었다가 땀을 흘리고 깨었다. 곁에 고양이 깜이가 나에게 몸을 바짝 붙이고 자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꼼이를 확인했다. 고양이가 너무 오래 굶은 상태였다. 계속 더 자고싶어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조금이라도 사료를 먹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털을 빗겨주고 사료를 조금 먹였다. 그제서야 차가왔던 발바닥도 따뜻해지고 코에 붉은 기운이 조금 돌아와 있었다. 수혈했던 것이 이제야 몸에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는지 다른 이유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첫번째 수혈을 받았을 때처럼 활발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고양이 꼼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수혈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수혈이 반복되면 그 효과도 떨어지고 부작용의 위험은 더 생긴다고 수의사가 말해줬었다.


2020년 6월 19일 금요일

다시 동물병원에.


아픈 고양이를 낫게 해줄 수 없다면, 아프지 않게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제 저녁에 집에 왔을 때에 꼼이가 다시 많이 아파보였다.

밤중에 꼼이가 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 그릇의 물을 새로 갈아줬다.
꼼이가 방에 들어가더니 내 침대의 머리쪽에 드러누웠다. 편하게 보였다. 다가가 쓰다듬어줬다. 이제 꼼이는 눈을 마주칠 때에 더 이상 그르릉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강제로 사료를 먹이거나 약을 먹일 때에 한 번도 화가 난다고 물거나 할퀸 적이 없었다.

아침 일찍 고양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도착했다. 아내와 고양이를 병원에 두고 나는 학교로 출발했다. 운전하며 아내와 통화했다. 아내가 수의사 선생님과의 대화 내용을 전해줬다.

꼼이의 빈혈수치는 지난 번 긴급히 수혈을 했던 때 보다 더 나빠져 있었다. 지난 번에 -14, 오늘은 -12. 방광염 수치가 나빠져 있었다.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이 문제일 것인데 그렇다고 그 약을 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수혈을 위한 혈액은 내일 도착 예정이지만 병원에 혈장혈액 50cc 가 있었기 때문에 우선 그것을 수혈하기 시작하기로 했다. 하루 입원하며 다음날 오전에 주문했던 혈액이 도착하면 다시 100cc 를 추가로 수혈하기로 했다.

고양이는 몸을 가누지 못하여 비틀거리면서도,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아픈 몸을 억지로 일으켜 볼일을 보았다. 그 모습이 안스러워 다가가 몸을 붙잡아 주면, 볼일을 마친 후에 굳이 변을 화장실 모래로 덮어보려 애쓰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