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2일 목요일

기타


주말에 제주도에서 통기타를 연주해야하는 공연이 예정되어있다.
한달 남짓 어쿠스틱 기타를 열심히 쳤다. 처음에는 낯설더니 조금씩 감각이 되돌아왔고, 이제 다시 익숙해졌다.
어릴적에 기타를 치고싶어서 몰래 연습했던 기억도 나고, 그 시절 하루종일 이어폰으로 듣고 다니던 음악들도 생각났다. 다만 악기의 큰 음량을 틀어막을 수 없어서 밤이 되면 연습을 할 수 없었다. 심야에 통기타를 치면 이웃들의 수면을 방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엔 이불을 뒤집어 쓰고서도 연습을 했었는데 이제는 남의 집에 피해를 줄 것을 지레 걱정하여 심야의 악기연습을 삼간다.

열흘 전 제천에 다녀온 이후 통기타에 새줄을 감고 자주 연습했다. 그동안은 베이스를 손에 쥐어보지 않았다. 덕분에 오른손의 손톱이 기타를 연주하기 알맞은 정도로 자랐다.
내일 약식으로 합주를 한 번 하고 그 다음날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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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20일 화요일

슬픔.


운전을 하다가 전화를 받고, 십여년간 함께 일하고있는 분이 갑자기 부친상을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하려던 일들을 대충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와 밤중에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자정이 넘어서 도착한 인적드문 길 옆의 장례식장에서 아버지를 잃은 사람을 만났다.

두 시간 동안 텅빈 방 안에 마주 앉아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예상하지 못한 이별이 사람을 얼마나 무기력하게 하는지 나는 잘 알고있다. 그것은 서운함, 슬픔 따위의 단어로는 그 뜻을 전달하기에 부족하다.

돌아오는 길엔 한번도 쉬지 않고 운전했다. 검은 하늘빛이 바래지더니 요금소를 지날 무렵 갑자기 아침이 되었다. 나는 돌아가신 분의 인생은 알지 못하지만 조금전 만나고 온 분이 느끼고 있을 황망한 심정은 잘 알 것 같았다. 졸음을 이기기 위해 음악을 틀었다가 상을 입은 분이 생각나서, 그만 꺼두고 달려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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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6일 금요일

동네에서 만난 고양이.


아내와 함께 동네에 나갔다가 상점 앞에서 이 고양이를 만났다.
졸고있던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더니 반가와하며 인사를 해줬다.
그 곁에 사료와 물, 정성껏 만들어준 집도 있었다. 십여년 전과 비교하면 길고양이들을 챙겨주는 분들이 아주 많아진 것은 사실이구나, 했다.

머리가 많이 아파서 진통제를 먹었다.
밤중에는 부모님 집에 들렀다. 가는 길에 빵집에서 식빵 두 개와 팥이 들어있는 빵을 샀다. 빵봉지를 받아든 엄마는 마침 먹을 것이 없었다며 반가와했다. 돌아올 때엔 식빵 한 개를 굳이 도로 가져가라고 하여 다시 들고 나왔다.

지난 주에 아내가 다급하게 구조했던 새끼 고양이는 그만 죽고 말았다. 새벽에 그 전화를 받고 동물병원에 다녀왔다. 일주일 동안 입원하며 살도 불었고 건강해져서 살아날 수 있을줄 알았었다. 결국 폐렴증상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마음이 아팠다. 아내가 엊그제 풀숲에서 데려와 임시보호자에게 맡긴 고양이들은 매우 건강하다고 했다. 잘 뛰어놀고 둘이 함께 꼭 붙어서 잘 잔다고 들었다.

깊은 밤, 일부러 내집의 고양이들을 일일이 찾아 쓰다듬어줬다.
말복이 지났다고도 하고 곧 입추라고도 한다.
추석이 다가오는 것이 신경쓰이지만 세상의 일들이 신경을 쓴다고하여 달라지거나 반드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힘내어 각자 잘 살아가면 그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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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2일 월요일

제천에서 공연.


내가 사는 동네에는 바람이 불고 비가 많이 왔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오늘 돌아다녔던 도로와 공연장 부근은 맑았다.
오후에 출발하여 이제는 낯익은 길을 따라 제천의 청풍호 부근에서 윤기형님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약속시간에 맞춰 멤버들의 차량이 동시에 모두 모였다. 리허설을 할 때에 음향이 좋지 않아 오늘밤 공연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악기의 상태도 나빴다. 공연이 시작되었고, 역시 연주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어서 무대 위의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연주해야했다.
제천 영화제에는 이전에도 몇번 출연하여 연주했었다. 기억에 남는 좋은 공연도 있었는데 오늘은 실망스러웠다.

리허설 후에 주최측에서 마련해준 호텔에 들어가 편안히 낮잠을 잤다. 고마운 숙소였다. 그 덕분에 피로가 많이 풀렸다.


공연을 마치고 전화기를 확인해보니 아내가 두달 남짓 돌보고 있던 아기 길고양이 형제를 데려와 임시로 보호해줄 분에게 잘 맡겼다고 했다. 함께 보내온 사진을 보니 두 마리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다.

집에 돌아온 후 눅눅해진 악기를 대충 닦고 스탠드에 걸어뒀다.
듣고싶어서 쟁여둔 음악이 많고 읽고싶어서 모아둔 책들이 많은데 하루가 짧다.
커피를 한 번 더 내려 마시려다가, 이제부터는 가능한 잠을 충분히 자두자고 생각하여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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