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가 전화를 받고, 십여년간 함께 일하고있는 분이 갑자기 부친상을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하려던 일들을 대충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와 밤중에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자정이 넘어서 도착한 인적드문 길 옆의 장례식장에서 아버지를 잃은 사람을 만났다.
두 시간 동안 텅빈 방 안에 마주 앉아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예상하지 못한 이별이 사람을 얼마나 무기력하게 하는지 나는 잘 알고있다. 그것은 서운함, 슬픔 따위의 단어로는 그 뜻을 전달하기에 부족하다.
돌아오는 길엔 한번도 쉬지 않고 운전했다. 검은 하늘빛이 바래지더니 요금소를 지날 무렵 갑자기 아침이 되었다. 나는 돌아가신 분의 인생은 알지 못하지만 조금전 만나고 온 분이 느끼고 있을 황망한 심정은 잘 알 것 같았다. 졸음을 이기기 위해 음악을 틀었다가 상을 입은 분이 생각나서, 그만 꺼두고 달려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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