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1일 화요일

울주 공연.


긴 하루였다.
이른 아침에 출발할 때에 자동차의 엔진오일이 부족해져있는 것을 알았다. 정상적인 일이 아니었다.
먼 거리를 달려 약속시간 전에 도착하려면 지금 꼭 출발을 하여야 했다. 일단 운전을 시작하며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중부내륙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에 경정비업체가 있었다. 그곳에 들러 우선 부족해진 엔진오일을 보충했다.
리허설을 마치고 다시 자동차의 시동을 걸어보았다. 보충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일이 더 이상 줄어들지는 않았다.

계속 그것을 신경쓰다가 시간을 다 보내고 말았다.

공연이 시작되고, 잠시 엔진오일이나 자동차에 대한 생각은 잊을 수 있었다.

원래 하루를 자고 다음날 집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다음날은 일요일이어서 그 주변의 정비공장도 문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 공연을 마친 후 곧장 집으로 출발했다. 자동차의 계기판에는 오일이 부족하다는 경고등도 들어오지 않았고, 달리는데에도 이상이 없었다. 집에 도착하여 주차를 마친 후에야 마음이 편해졌다. 그날 하루동안 열 시간 반을 운전했다.

월요일에 정비업체에 가서 수리를 받았다. 필요한 소모품을 교환했고 이상이 있었던 오일팬과 필터들을 바꿨다. 일년만에 브레이크패드가 모두 닳아있었다. 그것도 교환했다. 자동차의 전체 주행거리는 21만 3천 킬로미터가 되었다. 내가 정말 운전을 많이 했구나, 생각했다.

울주에서의 공연은 즐거웠지만, 그보다 긴 시간 운전을 하며 들었던 음악들이 더 기억에 많이 남게 되어버렸다.



.

2018년 9월 3일 월요일

합주.


그 이전에 세션을 했던 기간은 빼고, 밴드 이름으로 함께 해온지 십 년이 되었다.
그동안 어떤 곡들은 백번, 혹은 그 이상은 연주해본 것 같다.
공연을 앞두고 항상 다시 처음부터 새로 합주를 하는 일은 기본이고 일상이다. 십여년 동안 수 없이 많이 연주해본 곡들이지만 언제나 새삼 새롭다. 그리고 세월과 함께 달라진다. 그런 것은 매번 신기한 기분이 든다.

이틀 전에 부모님의 일을 돕느라 몇 시간 밭일을 했는데, 삽질을 하던 중에 어깨에 통증을 느꼈다. 합주하는 동안 내내 어깨와 팔꿈치에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학교 개강과 함께 운동을 하지 못했던 탓일 것이다.

합주를 마치고 악기를 정리하면서 지난 십여년 동안 연주했던 몇몇 장면이 기억났다. 몹시 추운 겨울 눈을 맞으며 야외에서 연주할 때엔 왼쪽 손에 장갑을 낀 적도 있었다. 폭염이었던 여름날 공연을 마친 후에는 악기에 흘러내린 땀이 하얗게 굳어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초가을 날씨일 주말과 그 다음 주에 야외공연들이 약속되어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주면 소리가 더 좋을 것이다.


.

2018년 8월 31일 금요일

왕머구리.


낮에 밭에서 살이 통통하게 찐 참개구리를 만났다.
묵직해 보이는 몸집으로 한 번에 멀리도 뛰어다니고 있었다.
귀여워서 따라가 보았더니 개구리는 잎새 사이에 앉아있으면 자신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인지,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나도 가만히 앉아서 더 지켜보았다면 좋았을텐데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바람에 그만 개구리가 멀리 뛰어서 가버렸다.

왕머구리라는 이름은 누군가의 소설에서 배웠다. 그런데 작가도 작품도 잊고 말았다.


.

2018년 8월 29일 수요일

형, 동생.


나이가 제일 많은 하얀 고양이가 바구니에 들어가서 잘 자고 있었다.
제일 어린 까만 놈이 굳이 그곳에 비집고 들어가더니 자리를 빼앗아 앉았다.
늘 함께 놀아주는 큰 고양이도 고맙고 동생처럼 어리광부리며 잘 놀고 있는 막내도 귀엽다.
나란히 바구니에 앉아 있으니 정말 형, 동생처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