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22일 토요일

고양이를 그리워했다.


순이가 떠난지 아홉 달이 지났다.
오래 되었다. 오래 되었는데도 여전히 매일 나는 고양이 순이를 생각한다.
신비롭게도 늘 곁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는 곁에 없는 짐승의 체온을 느낀다.
그 고양이가 앉아서 나를 올려다 보고 있던 집안의 모든 곳에서 나는 순이의 얼굴을 본다.

나는 더 이상 순이의 옛 사진들을 일일이 찾아 보지 않는다.
그 대신 달이 밝은 밤이거나 꽃이 가득 피어있는 나무를 볼 때에, 나는 순이의 목소리를 듣고 순이의 냄새를 맡는다.


2017년 4월 4일 화요일

생일이었다.


또 생일이라니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다.
페이스북에 내 생일이 노출되는 것이 싫어서 이틀 전에 개인정보를 비공개로 바꿔뒀었다.
사람들은 그런 것에 표시되는 남의 생일을 발견하고, 영혼 없는 축하 메세지를 남기고는 한다.
그런 서비스가 알려주지 않으면 기억해주지 않는 생일을 축하 받으면 뭐하나, 생각했다.
사실은, 생일이라고 축하를 받을만한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기분을 우울하게 했다.

아내가 미역국과 두부김치와 버섯을 쇠고기에 말은 어떤 요리를 해줬다.
그 음식의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던 모양이었지만, 맛있고 고맙게 잘 받아 먹었다.
한밤중에 편의점에서 담배를 샀다.
집에 돌아올 때에는 일부러 강쪽의 길을 걸었다.

아침에는 고양이 이지가 오랜만에 야옹, 소리를 내주었다.
마치 생일 축하 인사를 해주는 것 같아서 대답해주며 이마를 쓰다듬으려 했는데, 그만 아내의 침실로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2017년 3월 13일 월요일

봄이다.


오전에 밝고 따뜻한 햇살이 베란다에 뿌려지고 있었다.
고양이 이지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볕을 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기뻤다.

이젠 봄인가 보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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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6일 월요일

면허증, 동물병원


내일이 마감. 운전면허증 적성검사 만기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출발하려는데 아내가 함께 가주겠다고 하며 따라 나섰다.
고양이들을 베란다에서 햇볕을 쬘 수 있도록 자리를 보아주고 아내와 같이 운전면허시험장으로 갔다.

운전면허 시험장에는 예상대로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면허증은 십 년 전에 갱신했던 것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더 오래 기다려야 했고 더 절차가 까다로왔다. 디지털 기기들 덕분에 이제는 접수한 뒤 몇 분 안에 새 면허증을 그 자리에서 얻는다.

미리 증명사진을 찍어두지 않았어서 그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결국 못생긴 사진이 박힌 새 면허증을 손에 쥐었다.
잘생기게 나온 사진을 다시 찍은 후, 면허증을 재발급 받겠다고 말을 했는데, 아내는 못들은체 하며 뭐라고 반응해주지 않았다. 다시 촬영해도 계속 못생길 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뜻이었을까.

시력검사를 할 때에 내 눈이 정말 나빠졌다는 것을 알았다. 한쪽은 1.0, 다른 한쪽은 0.8로 기록되었다. 십년 전에는 각각 2.0, 1.5였었다.

집에 돌아와 고양이 이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갔다. 예약했던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고양이에게 먹일 약을 사흘치 받았다. 며칠 전 수술을 받아야 했던 이지는 잘 낫고 있었다.
사실은 잘 낫고 있기를 바라고 있는 중이다. 너무 오래 고생하고 있었고, 이지를 돌보느라 아내는 지난 몇 달 동안 깊이 잠들어보지 못했다.

봄은 오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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