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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4일 화요일

생일이었다.


또 생일이라니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다.
페이스북에 내 생일이 노출되는 것이 싫어서 이틀 전에 개인정보를 비공개로 바꿔뒀었다.
사람들은 그런 것에 표시되는 남의 생일을 발견하고, 영혼 없는 축하 메세지를 남기고는 한다.
그런 서비스가 알려주지 않으면 기억해주지 않는 생일을 축하 받으면 뭐하나, 생각했다.
사실은, 생일이라고 축하를 받을만한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기분을 우울하게 했다.

아내가 미역국과 두부김치와 버섯을 쇠고기에 말은 어떤 요리를 해줬다.
그 음식의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던 모양이었지만, 맛있고 고맙게 잘 받아 먹었다.
한밤중에 편의점에서 담배를 샀다.
집에 돌아올 때에는 일부러 강쪽의 길을 걸었다.

아침에는 고양이 이지가 오랜만에 야옹, 소리를 내주었다.
마치 생일 축하 인사를 해주는 것 같아서 대답해주며 이마를 쓰다듬으려 했는데, 그만 아내의 침실로 도망가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