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30일 월요일

평창 감자꽃 스튜디오.

평창의 옛 노산초등학교 자리, 감자꽃 스튜디오에서 공연을 했다.
아주 오랜만에 밝은 기운으로만 가득한 장소에 다녀왔다.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연주하는데에 문제가 있었다.
공연 중에 계속 손가락과 팔목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연주를 마쳤을 때엔 저리고 손가락이 부어있었다. 아무리 문지르고 휘저어도 보아도 낫지 않았다. 뭐가 문제인건가, 점점 더 아프다.



,

2011년 5월 29일 일요일

울산 태화강변.

하루 전에는 울산의 태화강 앞에 다시 다녀왔다.
지난번엔 습기가 가득한 한여름이었어서 무더웠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엔 는개비가 종일 뿌려지고 있었고 해가 저문 후엔 춥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침에 일찍 집을 나서면서 긴 팔 옷을 현관 앞에 두고 안가지고 나와버렸던 덕분에 나는 살짝 떨고 있었다.
한대수 씨의 리허설이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내 엄마가 좋아하시는 가수 한경애 씨도 대기실 천막에서 뵈었다. 함께 도시락을 먹었는데, 그렇다고 '제 어머니가 좋아하셔요'와 같은 말은 절대 꺼낼 수 없었다. 식사를 하시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았다.

울산은 좋은 날씨를 만난 날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

2011년 5월 27일 금요일

밤 새우고 떠나는 길.

나는 거의 아침에 잠들고 정오가 지나면 일어나 활동을 시작한다.
매일 밤을 새우는 편이다.
그래서 이런 일을 겪을 때가 자주 있다.

잠깐 잠들었다가, 꿈결에 마치 알람 소리를 들었다는 착각을 했다.
착각이었을까 실제였을까를 의심하다가 결국 모든 의식이 돌아와 버려서 잠을 깨고 말았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대개 그렇게 끝나듯, 맞춰놓은 알람 시간과는 전혀 상관없는 시각에 혼자 깨어나 당황했다. 말짱해진 정신으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할지를 결정하느라 털썩 주저 앉아있는 상태.

그래서 아침 일찍 길을 떠나야하는 날, 제 시간에 일어나지 못할까봐 잠을 못잔다.
그리하여 오늘 저녁 울산에서의 공연도 좀비 상태로 하게 될 것 같다.
오늘 새벽엔 어쩐지 밴드 멤버들의 트위터 글도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일찍 잠들었고 잘 자고 있는 중인가 보다.



,

큰 언니 고양이, 건강해라

이 집의 큰 언니 고양이는 올해 열 다섯 살.
아내가 잘 보살피며 살아왔던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워낙 건강해서 평소에 노묘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지내왔다.
그런데 고양이가 조금 아팠다.
나이가 많으니 작은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밥 잘 먹고 아무렇지도 않던 고양이가 갑자기 엉거주춤, 여러번 토를 하고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내와 함께 병원으로 갔다. 친절하고 헌신적인 수의사 선생님은 고양이 에기의 나이를 듣고 깜짝 놀라했다. 걱정하는 눈빛으로 고양이에게 인사를 했다.
"너 정말 동안이구나."

조금 더 젊은 고양이라면 무난하게 검사와 치료를 할텐데, 그것이 오히려 큰 언니 고양이에게 심한 스트레스가 되고 해를 입히는 것이 될까봐 조심해했다. 탈수 증세가 있고 몸이 불편하여 화가 나있긴 했지만 그렇게 성을 내고 기운을 쓰는 것이 오히려 건강한 상태라는 증거일 수 있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일시적인 탈이 난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의 심정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뭔가 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지 한 시간 가까이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수액 주사를 맞추고 약을 지어왔다.

집에 돌아와 아내는 큰 언니를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나머지 고양이들은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방문 앞에 한 마리씩 앉아서 방 안을 향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아내는 고양이에게 약을 먹이고 음식물을 먹도록 돌봤다.
지난 밤 일을 하고 있을 때에 아내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왔다.
"에기가 밥도 먹고 고양이 우유도 마셨고 뒹굴뒹굴 논다. 우히히."
다행이다. 일시적인 변비라던가 배탈이었으리라.

큰 언니 고양이야, 꼭 건강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