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5일 목요일

망가졌다.


하지 말라는 뜻인지, 새벽에 갑자기 정적을 깨고 굉음이 들렸다.
깜짝 놀라 일어나 불을 켜보니 악기의 브릿지가 부러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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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12일 월요일

친구 형.


나는 선배, 후배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더불어 나이, 인맥 등을 따지는 관습에 거부감이 심하다.
그 덕분에 나는 오랜동안 함께 연주하며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의 나이를 여전히 모르고 있다.
언제나 진짜 '선배'로서의 존재감을 주는 형들의 정확한 나이도 잘 모른다. 사실은 관심이 없다.

이 형도 그런 사람. 일부러 찾아와줘서 반가왔다. 가까운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둘이 함께 저녁으로 냄비라면을 사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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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지난 주 주말, 정오 즈음에 금발의 여자와 이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내는 깁슨 레스폴들이 나란히 걸려있는 벽 앞에 서서 한참을 기타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는 기타를 바라보는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흐뭇하고 행복해보이는 것같았다. 아마 내가 영어를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인사를 나누고 사내가 말했다.
"내가 사랑하는 기타를 고향에 두고 왔다. 깁슨 레스폴 커스텀인데, 어릴적부터 그것 하나만 가지고 있었다. 그 기타는 나와 동갑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팔뚝을 걷어 문신을 보여줬다.

그의 친구 중에는 펜더 텔레캐스터를 정교하게 문신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런 잡담만 하다가, 여전히 웃음이 가득한 얼굴의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가게에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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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2일 금요일

오랜만에 연주.


고압적인 분위기의 연주자들 틈에 한 자리 잡고 앉아서, 한 해 전 이맘때를 생각했다.

혼자 있어서 외롭다는 것은 거짓말은 아닐지 몰라도 착각에 가깝다.
오케스트라의 한 구석에 비스듬히 앉아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잘 할지 몰라 긴장하고 있는 순간이 정말 외로왔다.

이 날의 연주는 방송용이었다. 어쩔 수 없이 방송이 되겠지만 그 테잎은 파기처분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날 너무 연주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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