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 13일 금요일

자코 음반 소개글을 썼다.


최근 이 음반을 진열해둔 교보문고 매장에 사용할 글을 써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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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 파스토리우스의 베이스 연주는 세월이 흘러도 빛을 잃지 않는다.
이 앨범 Punk Jazz 는 원래부터 자코 파스토리우스의 진지한 팬들이었을 세상의 모든 베이스 연주자들을 위해 선곡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베이스 키드들을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포함되어있었어야 했을, 자코가 생전에 항상 연주하고 있던 Donna Lee, Portrait of Tracy 와 같은 곡들도 없고, Teen Town 같은 히트곡도 이 음반에는 실려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대신 아직 자코 파스토리우스를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새로운 재즈팬들과, 반드시 베이스라는 악기의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은 아니더라도 좋은 음악이면 얼마든지 즐길 준비가 되어있는 음악팬들을 위해 차분하게 선곡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렉트릭 베이스기타의 연주방법과 관점 자체를 바꿔놓았던 대단한 연주자, 자코 파스토리우스가 연주하는 플렛리스 베이스의 매력을 풍성하게 느낄 수 있다.

스물 여덟 곡의 음악들은 지금은 더 이상 구해서 듣기 힘든 음악도 아니고, 희귀한 음원들도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여기저기 흩어져서 좋재하던 그의 연주들을 한 자리에 적절하게 잘 모아두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영상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음원이라든지, 오래 전에 발매되었던 음원들이 다시 성의있게 믹스되어 있어서 만족할만한 음질로 들어볼 수 있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The Chicken 은 자코의 홈레코딩 버젼으로 소개되고 있다. 실제로 자코의 침실에서 녹음되었다고 하는 짧은 연주이다. 자코는 이 곡을 집에서 녹음하면서 베이스, 드럼, 기타, 알토 색소폰, 리코더 등을 모두 혼자 연주했다. 이 녹음을 존 콜트레인의 미망인에게 우편으로 보냈었다고 전해진다. 나중에 수도 없이 많이 연주되었던 곡이지만, 자코의 다른 곡들과 마찬가지로 아주 오래 전부터 그의 머리속에서 악곡의 구성 등이 짜여져있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세번째 트랙 I Can Dig It Baby 는 이미 자코 사후에 공개되었던 Rare Collection 에서도 소개되었던 음악이다. 자코의 첫번째 레코딩 세션 곡이었다. 소울 기타리스트이며 가수인 Little Beaver 의 음반에 Nelson "Jocko" Padron 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하여 단 한 곡에서만 베이스를 연주했는데 그 곡이 바로 이 I Can Dig It Baby 이다. 8비트로 분절되는 오른손 핑거링이 쫀득쫀득 곡의 리듬에 달라 붙는다. 일렉트릭 베이스의 매력을 잘 들려주는 동시에 자코의 지문과도 같은 핑거링의 초기버젼을 느껴볼 수 있다.

다섯번째 트랙 Continuum 은 자코의 데뷔앨범에 담겨있는, 그가 열 일곱 살에 만들었다고 하는 아름다운 곡이다. 플렛리스 베이스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이 잘 담겨있는 명곡이다. 자코의 베이스 연주가 위대한 이유는 단지 그의 테크닉이 훌륭해서만은 아니다. 이 곡은 자코의 연주 특징들이 골고루 잘 담겨있는 음악이다. 그가 사용하는 다양한 핑거링 포지션, 코드를 적절하게 재구성하는 감각, 적재적소에 사용되는 악센트와 어조, 풍부하고 예쁜 멜로디가 프레이즈마다 어떻게 이어지고 연결되는지를 감상할 수 있다.

자코의 이름이 제대로 표기되기 시작했던 팻 메스니의 데뷔 앨범 Bright Size Life 에서도 한 곡이 골라졌다. 여섯번째 트랙 Midwestern Nights 가 그것이다. Bright Size Life 의 모든 곡들은 자코와 팻 메스니의 연주를 양쪽 채널로 분리하여 녹음했는데 덕분에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왼쪽 스피커로 자코의 베이스 연주만 분명하게 들을 수 있다. 곡의 후반부에 반복되는 베이스의 멜로디는 여운이 짙고 음색은 깊다.

그 외에도 조 자비눌, 웨인 쇼터에게 발탁되어 몸담고 있었던 웨더레포트에서의 명연주 Birdland, 팻 메스니, 라일 메이즈, 마이클 브렉커, 돈 앨리어스와 함께 조니 미첼의 밴드로 참여했던 시절의 연주가 담긴 Goodbye Pork Pie Hat, The Dry Cleaner From Des Moines, 평소 공연에서도 즐겨 연주했던 비틀즈의 Blackbird, 바하의 곡을 옮긴 Chromatic Fantasy 등이 수록되어있다.
베이스 연주자로서, 그리고 놀라운 재능을 가졌던 작곡가로서의 자코 파스토리우스라는 음악인을 흠뻑 느껴볼 수 있는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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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12일 목요일

자코 anthology.


자코 파스토리우스 앤솔로지가 발표될 것이라는 기사를 읽었을 때에는 수록곡 리스트를 보고 실망을 했었다.
자코가 죽은 후 계속 나오고 있는 그의 음반들은 너무 심하다. 아무리 장사도 좋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나빴던 기억은 Golden Roads 라고 하는, 일본에서 출시했던 자코 음반이었다.
이 연주자의 것이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모아두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제외하고,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그 음반이 무슨 가치가 있다는 것일까, 하였다.

게다가 자코가 살아있을 때에, 그가 만들었던 음악이 자신들이 원했던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음반을 내주지 않았던 회사가 워너브러더스였다. 이제는 그 회사에서 '천재 베이시스트' 라는 문구를 써가며 두 장 짜리 편집앨범을 팔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결국은 이 음반을 사고 말았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났을 때에 기분은 좋아져있었다.
새로운 곡은 하나도 없었지만 처음 공개된다고 하는 홈레코딩 버젼은 재미있었다. 그 외의 수록곡들도 자코 사후에 나왔던 다른 음반들에 비해 성의있게 준비한 것 같았다. 두 장의 시디에 모아놓은 스물 여덟 곡의 음악들은 순서도 잘 갖추어놓았다. 그동안 영상으로만 접해볼 수 있었던 몇 곡도 깨끗한 음질로 들어볼 수 있다. 다시 들어보아도 새삼 어떻게 이런 연주를 하고 이런 작곡을 했을까, 감탄하게 되었다.

다만 여전히 한 가지, 음질은 깨끗해졌을지 모르지만 시디 전체가 어딘가 답답한 음색이었다. 프레스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런 식이라면 다음부터는 라이센스를 사지 않는 편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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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리카


주문했던 음반들이 오전에 도착했다.
몇 가지 필요한 악보들을 정리하고 배달되어 온 상자를 뜯어보았다.
새 시디들의 포장을 벗기고 음악을 듣는 순간이 즐겁다.

메탈리카의 신보, 좋았다.
시디는 하드디스크에 음원파일로 옮겨뒀다. 함께 담겨있던 비디오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눅눅한 초여름날, 저녁 늦게까지 메탈리카를 들었다.

리뷰나 비평들은 이 음반을 나쁘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 것들은 듣고 읽을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메탈리카 덕분에 아직 듣지 못한 새 시디들이 남아있다. 아직 들어보지 못한 음반들을 책상 위에 겹쳐 올려두고 있는 기분도 좋다.

라이센스 음반을 구입하는 경우 그 안에 끼워진 우리말 속지는 여전히 한심하다.
그것은 음악을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다 할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음악에 대한 논의도 아니고 광고도 아니다.
그냥 유치하기 짝이없는 일기와 비슷하다.

"커크해밋의 날카로운 피킹에 쓰러진 많은 사람들은 주작의 기운이 자욱한 무덤의 평원을 이루었고..."

라는 따위의 어투와 문체를 보고 그만 그 종이를 꽉꽉 구겨서 쓰레기통을 향해 던졌다. 그러나 쓰레기통에 한번에 들어가지 않는 바람에 굳이 일어나 그것을 다시 집어서 버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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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10일 화요일

새벽.


하기 싫은 연주였다.
재미있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새벽에 국도를 달리다가 잠시 차를 세웠다.
커피를 한 잔 사고,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식혀 마셨다.
차갑고 습한 공기가 코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면서, 불평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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