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30일 토요일

제주에서

 

아내가 사진을 보내줬다.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더니 정말 내가 사는 동네에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고양이들은 잠깐 베란다에 나와 눈 구경을 하다가, 이내 따뜻한 곳을 찾아 집안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호텔에서 나왔을 때 제주의 기온은 영상 13도. 나는 외투를 벗어 팔에 끼우고 공연장까지 걷기로 했다. 반팔 셔츠만 입었는데 땀이 났다. 이십여 분 걷다가 길가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다시 이십여 분 걸었더니 공연장에 도착해버렸다.
이것도 집에 돌아온 다음에야 알게 된 것이지만, 그날 반팔 셔츠를 입고 걷다가 그늘을 만나면 선뜩했던 것이 전부 감기몸살을 제대로 앓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눈에 익은 이름이 적힌 차량들이 보였다. 우리 밴드의 공연 전반을 책임져 주는 이 팀은 제주도가 본거지이다. 그동안 전국을 돌며 공연을 할 때마다 그들은 배를 타고 육지에 도착하여 긴 시간 차량으로 이동하는 강행군을 하였다고 들었다. 이번엔 그분들의 '홈타운'에서 공연하는 것이어서 어쩐지 스태프들 모두 여유롭고 기운이 넘쳐 보였다. 한 해 동안 최선을 다 해준 그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들은 오히려 밴드 멤버들에게 선물을 준비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