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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9일 금요일

여름이 오고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가 그만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다.
강의 원고를 쓰고 싶었는데 뉴스를 보다가 그만 오전을 다 보내버렸다.
뉴스를 보면서 아내와 함께 첫 끼를 먹었다.

낮에 동네에 나가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깎았다.
오후에는 아내와 함께 가구점을 구경했다.
아내에게 새로 침대가 필요하여 구입하려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강을 건너 좋아하는 식당에서 카레와 네팔식 빵을 먹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어린 고양이 까미는 낮 동안 이불 위에서 구르다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더니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2017년 4월 22일 토요일

고양이를 그리워했다.


순이가 떠난지 아홉 달이 지났다.
오래 되었다. 오래 되었는데도 여전히 매일 나는 고양이 순이를 생각한다.
신비롭게도 늘 곁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는 곁에 없는 짐승의 체온을 느낀다.
그 고양이가 앉아서 나를 올려다 보고 있던 집안의 모든 곳에서 나는 순이의 얼굴을 본다.

나는 더 이상 순이의 옛 사진들을 일일이 찾아 보지 않는다.
그 대신 달이 밝은 밤이거나 꽃이 가득 피어있는 나무를 볼 때에, 나는 순이의 목소리를 듣고 순이의 냄새를 맡는다.


2016년 8월 27일 토요일

구례에서 만났던 고양이.



전남 구례에 공연을 하러 다녀왔다.
아내와 함께 갔었다.
그곳에 살고 있는 고양이가 아내를 발견하더니, 잠시 후 그들은 그 동네를 둘이 함께 거닐고 있었다.

나도 가까이 다가가 앉아서 쓰다듬고 엉덩이를 두드려 줬다.


고양이는 한참을 우리와 함께 놀았다. 공연 시간이 다가와 무대 쪽으로 이동해야 할 때가 되었는데 고양이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내는 고양이에게, '건강히 잘 살아라'라고 인사를 해줬다.



2006년 8월 19일 토요일

고양이의 밥.


몇 년 전 수입된 개 사료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어서, 그 사료를 사다 먹인 전국의 많은 개들이 한꺼번에 죽어버렸던 사건이 있었다. 나도 그 기사를 읽었지만 저런 쯧쯧... 하고는 잊고 있었는데, 두 해 전이던가 자신이 직접 그 일을 겪는 바람에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 잠들기 전 인사했었던 몇 마리의 강아지들을 쓰레기 봉투처럼 주렁주렁 들고서, 뒷산에 파묻어야만했다던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몇 달에 한번씩 인터넷으로 고양이 밥과 화장실용 모래를 주문하고는 하는데, 가끔은 갑자기 건조사료 한 봉지만 구입해야하는 일도 생긴다. 정해두고 다니는 가게가 없어서 그런 때 마다 동네 부근의 사료가게에 들르게 되는데, 이 동네의 동물병원과 애완동물가게들은 정말 가관이다. 쓸모 없는 것들이 필요한 상품보다 많기도 하고, 인터넷 쇼핑몰의 두 배 가격인 제품들도 있다. 어떤 곳은 아주 지저분해서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갑자기 토할 것 같은 냄새가 나는 가게도 있다.
너무 심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이다. 게다가 고양이라는 것을 집에서 키우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양이 사료가 따로 안나오니까, 개 사료를 사다 먹이면 됩니다'라고 말하는 아줌마도 있었다.
동네에 새로 개업한 동물병원이 보이길래, 그곳에 들러 고양이의 사료를 검색(?)해 봤다. 그곳에는 고양이 사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무슨 수색을 하고있는 것 같았다. 한 개의 영양제와 두 서너 가지의 건조사료를 발견했는데, 그중 영양제 한 개는 유통기한이 2002년까지라고 되어있었다. 조금 어이가 없어서 주인을 쳐다봤더니 '그게 조금 오래된 거니까 할인가격에 드릴게요. 먹여도 이상은 없어요'라고 했다. 그가 제안한 가격은 무지 싼 값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들고 바라보다가 다음날 아침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내 고양이를 묻으러 가는 장면을 상상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화가 치밀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무 말도 안하고 그저 불쾌한 얼굴로 상점 문을 열고 나와버렸다. 주인아저씨가 무섭게 생겼기 때문은 절대 아니었다.

지금 집에는 내 고양이가 결코 입에 대지 않는 생선 통조림이 있다. 그것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내가 보기엔 생선과 새우가 가득 들어있어서 제법 먹음직스럽다고 생각하는데, 이 녀석은 그것을 먹느니 차라리 쥐를 잡으러 다니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관심도 두지 않는다.
버리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어제 밤중에 아파트 부근 길고양이들이 가끔씩 모여 회의를 하는 공터(라고 해봤자 아주 좁다)에 두어개 뚜껑을 열어 놓아두고 외출했었다. 아침에 집에 오다가 생각이 나서 깡통들을 주워다 버리러 다시 그곳에 가봤더니 놀랍게도 깨끗하게 비워져있었다. 누군가가 설거지를 해서 반듯하게 다시 놓아둔 것 처럼.
부디 그 깡마르고 까만 어린 길고양이들이 먹어치운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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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30일 목요일

캣닢


시내 곳곳에 고양이 캐릭터의 컵, 인형, 방석, 장난감, 문구류들이 가득 있었다.
함께 걸었던 사람들은 내가 고양이에 관련된 물건들을 잘 발견했던 것으로 알았겠지만, 사실은 너무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샴 고양이 캐릭터들이 유독 많이 있었다. 나는 매일 내 고양이 순이를 보고싶어 했다.
아침에 숙소 옆의 상점들을 구경하며 걷던 중에 개와 고양이 먹이를 파는 집 앞에 캣닢 보따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아주 큰 봉지에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순이가 저것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뒹굴며 좋아할 상상을 했다.
그런데 나는 저것을 사오지 못했다.
내일은 순이에게 캣닢을 꼭 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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