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에 같은 호텔에 다시 왔다. 오전부터 운전하고 한 시간 리허설, 두 시간 공연, 그리고 이어진 다섯 시간 장거리 운전 끝에 숙소에 도착하여 침대 위에 벌러덩 누워 잠시 가만히 있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샤워를 하고 책상 앞에 앉았다. 너무 일찍 누워 잠들어버리면 이른 시간에 깨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달 대통령 당선일부터 쓰기 시작했던 클레르퐁텐 공책을 다 쓰고 새 공책을 쓰기 시작했다. 사탕수수로 만든 종이의 품질이 아주 좋아서, 혹시 인터넷으로 살 수 있으면 주문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긴 시간 운전하며 음악을 들었다. 앨범 한 장이 끝나면 잠시 조용히 달리다가 다른 음반을 틀어 끝까지 들으며 왔다.
낮에 태화루 건너편에 차려진 야외무대에 가서 리허설을 하고 호텔로 돌아와 주차장에서 차에 앉아 에어컨을 켜두고 쉬었다. 오후에 다시 공연장소에 가서 네 시간 동안 대기하고, 셋리스트에 없었던 곡까지 추가로 한 곡 더 연주했다. 정말 더웠지만 그곳에서 온종일 햇빛을 견디며 땀을 흘리고 있는 스탭들을 보면 더위를 불평할 수 없었다. 연주를 마치고 차 안에서 반바지로 갈아 입었다. 찬 커피를 한 컵 사서 집으로 출발했다. 리디북스에서 제공하는 책 읽어주기 기능이 업그레이드 되었는데, AI 음성이 꽤 훌륭했다. 박완서의 '오만과 몽상'을 들으며 네 시간 운전하여 집에 왔다. 책 읽어주는 기능은 소설을 들을 때 좋다.
세 시에 도착했는데 운 좋게도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완벽하게 주말 일정을 해내어서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