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0일 일요일

춘천에

 

이틀 장거리 운전이 피로했는지 긴 시간 자고 일어났다. 사촌동생이 먼 나라로 곧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오늘이 아니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일어나자마자 연락을 했다. 두 아이를 데리고 부모를 뵈러 간다고 했었다. 삼촌 부부가 살고 있는 곳에 처음 가보았다. 큰 결심을 하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동생과 아이들도 만날 수 있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다가 얼굴을 마주하여 서로의 모습을 기억 속에서 업데이트 할 수 있는 시간도 되었다.

삼촌의 서고는 아직도 정리가 필요한 상태라고 했다. 맨 아래 층에 어릴 적 삼촌 집에서 보았던 책들이 그대로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피곤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몇 권 골라 빼어 들고 의자를 끌어다 놓고 앉았을 것이다.

삼촌 집은 숲이 우거지고 큰 개울이 흐르는 한 가운데에 있었다. 큰 비가 연일 내려 불어난 물이 우악스럽게 아래로 달음질치고 있었다. 가까이에서 소란한 물소리를 들으며 나무 내음을 맡는 것이 오래된 기억들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 기억들은 멋대로 편집되고 새로 씌어 시기도 사실관계도 뒤죽박죽이다. 산길을 내려 올 때에 그 기억 중 일부가 군 복무 시절 그곳 춘천에서 겪었던 경험이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