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요일에 울산에 도착하여 가는 비를 맞으며 리허설을 했다. 비가 많이 내리는 가운데 야외무대를 만들고 준비했던 분들이 큰 고생을 했을 것을 생각하니 천막 아래에서 사운드체크를 하는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았다.
밤이 되어 숙소에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다. 2년 전에 왔던 그 호텔 객실에 넓은 책상과 조명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엔 책상 위에 깔린 가죽보드가 더러워 보여서 무슨 일인가 하였다. 자세히 보니 말끔하게 닦고 청소를 한 상태이긴 했는데 누군가들이 훼손하고 더럽혀 놓았던 흔적이 남아 있던 것이었다. 외박할 때 숙소에 좋은 책상이 있는 것이 나에겐 소중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다음날 19일 토요일. 새벽에 요란한 소리가 들려 한 번 깨었다. 세차장 물줄기같은 빗줄기가 통유리를 때리며 내는 소리였다. 다시 잠들었는데 아침 일곱시부터 카카오톡 알림이 울려 다시 깨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태화강이 범람하여 야외무대 일대가 물에 잠겨버렸다는 소식이었다.결국 정오가 되기 전에 일정 전체가 취소되었다. 하루 전엔 약속한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한번도 쉬지 않고 고속도로를 달렸었다. 이번엔 어차피 비를 계속 맞으며 갈테니 여유롭게 휴게소에도 들르며 가보자고 생각하고 집으로 출발했다. 구미를 지날 즈음부터 빗줄기가 약해졌다. 상주에서 잠깐 소나기를 만난 후 집에 도착할 때까지 더 이상 비는 맞지 않았다.
울산에 갈 때 챙겨 갔던 디플로마트 펜의 잉크가 그만 글을 쓰는 중에 닳아 버렸다. 두 자루를 가져간 덕분에 호텔방 책상 앞에서 글을 이어 쓸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조금 쉬다가 그 펜에 새로 잉크를 넣었다. 파커 블루블랙 잉크병의 바닥이 드러났다. 일년 넘게 알뜰하게 쓴 잉크였다. 새 블루블랙 잉크는 아직 뚜껑도 열지 않은 채 책상 위에 있다. 다음 번엔 이미 뚜껑을 열어 쓰고 있는 펠리칸 블루블랙 잉크를 쓰기로 하고, 새 파커 잉크는 좀 더 두기로.
울산에 갈 때 챙겨 갔던 디플로마트 펜의 잉크가 그만 글을 쓰는 중에 닳아 버렸다. 두 자루를 가져간 덕분에 호텔방 책상 앞에서 글을 이어 쓸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조금 쉬다가 그 펜에 새로 잉크를 넣었다. 파커 블루블랙 잉크병의 바닥이 드러났다. 일년 넘게 알뜰하게 쓴 잉크였다. 새 블루블랙 잉크는 아직 뚜껑도 열지 않은 채 책상 위에 있다. 다음 번엔 이미 뚜껑을 열어 쓰고 있는 펠리칸 블루블랙 잉크를 쓰기로 하고, 새 파커 잉크는 좀 더 두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