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14일 일요일

원주 치악체육관 공연

 

 

18년 만에 치악체육관에 가보았다. 나는 잘 못 기억하고 있었다. 치악체육관에서 연주했던 것이 2003년인 줄 알았는데, 2004년 1월의 일이었다. (2004 1월...)

공연장에 가면 그 건물에 대해 읽어보는 것이 습관인데, 이곳은 1980년에 개장했다고 적혀있었다. 문득 어딘가에 갔을 때에도 같은 해에 완공된 건물이라고 했었는데... 하다가, 여의도 KBS 별관이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동양방송에서 세워 4월부터 새 건물을 본사로 삼아 사용하다가 그 해 11월에 언론통폐합으로 빼앗겼던 그 건물이었지, 따위의 쓸모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치악체육관은 붉은색 벽돌이 인상적이었다. 이십여년 전에 왔을 땐 눈이 많이 내렸었는데, 그 때에도 붉은 벽돌과 지붕이 기억에 남았었다. 대기실로 사용하는 방의 문앞 복도에 반짝 하고 햇살이 들어오는 것이 보여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한 시에 모여서 음향과 장비를 체크하고, 두 시에 리허설을 시작하기로 되어 있었다. 음향 등을 확인한 뒤에 잠시 쉬며 리허설을 기다리고 있을 때 공연장 메인 믹싱콘솔 앞에서 음향을 담당하는 음향감독님이 나를 찾아와 자기소개를 하며 나에게 내 액티브 베이스에서 고음쪽 노이즈가 생기고 있다고 알려줬다. 그 잡음을 없애지 못하여 상의를 하러 일부러 말을 해준 것이었다. 나는 리허설을 할 때 악기 프리앰프의 트레블을 줄여보겠다고 대답했다. 리허설을 하는 도중에 무대 위의 사람을 통하여 음향감독님에게 노이즈 여부를 다시 확인해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연주가 시작되면 괜찮다'는 것이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잠이 부족했던 나는 우선 자동차 뒷자리에 몸을 접고 누워서 토막 잠을 잤다. 자동차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막 잠이 들 때에 어떻게 하면 노이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답을 찾은 것 같았다.

무대 위에는 Aguilar 앰프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무려 DB751 하이브리드 헤드가 와있었다. 750와트를 내주는  앰프였다.나는 앰프의 게인과 마스터 볼륨을 1 이상 올릴 수도 없었다. 그만큼 출력이 세었기 때문이었다.

네 시 반에 잠을 깨고 대기실에서 펜더 엘리트 베이스의 프리앰프 노이즈에 관한 글들을 검색하며 도시락을 먹었다. 도움이 되는 글은 찾을 수 없었다.




문제는 노이즈가 생기고 있다는 것만이 아니었다. 리허설을 하는 동안 내내 악기의 톤을 정돈할 수 없었다. 이런 상태면 그냥 한 개의 악기만 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오늘은 내 자리가 유난히 좁고 베이스 앰프가 워낙 세기 때문인가 하였다. 가깝게 놓여있는 모든 스피커와 마이크가 액티브 모드일 때 악기의 픽업을 타고 잡음을 유발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향감독님이 '음악이 진행되는 동안엔 괜찮다' 라고 말했던 것의 의미는 여전히 노이즈가 있지만 연주하는 동안엔 음악소리에 묻혀서 감추어지는 정도라는 뜻이었을 것이었다. 그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공연 시작 직전에, 나는 자동차에서 잠을 청할 때에 떠올랐던 생각대로 악기를 패시브 상태로만 연주하기로 결정했다. 노이즈 문제도 사라질 것이고, 베이스의 톤은 가지고 갔던 MXR 페달로 쉽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운드 체크를 할 때에 듣기 싫은 소리를 발견하면 욕심을 버리고 가능한 거슬리지 않는 톤을 사용하는 것이 언제나 정답이었다. 그래서 베이스의 스위치를 끄고 전부 패시브 모드로만 연주하였더니, 그 결과가 아주 좋았다. 공연 내개 마음에 드는 톤이 나와주고 있었고, 두 악기의 음량 차이도 적어서 편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 일부러 찾아와 의논해준 젊은 엔지니어 덕분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혼잡하여 미처 그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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