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28일 일요일

성남에서 공연

 

성남시 분당중앙공원. 7년 만에 다시 가보았다. 2015년 5월 9일에 그곳에서 공연했었다. 그날에 나는 리허설을 마치고 그 동네가 집이었던 친구 동우를 만났었다. 암 투병 중이었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 반가와 하며 함께 밥을 먹었다. 나는 모밀국수를 주문했었고 그는 국물이 있는 무엇인가를 먹었었다. 나는 많이 야위어 있던 그에게 뭔가 더 먹이고 싶었는데 그는 주문했던 것도 다 먹지 않고 남겼었다. 그는 그날 밤중에 있을 공연을 구경하고 싶어했지만 항암 치료 중에 체력이 너무 나빠져서 피로해했다. 그래서 식사 후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나에게 잘 먹었다고 말하며 "다음엔 내가 밥을 사겠다"라고 했었다. 그리고 두 해가 지난 뒤 그는 세상을 떠났다.

리허설을 하면서 나는 내 모니터 스피커에서 베이스 소리를 줄이고 전체 음량도 더 내려주기를 부탁했다. 무대가 넓지 않아서 무대 위의 사운드와 베이스 앰프 소리만으로도 연주하기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밤이 되어 공연을 시작하고 첫 곡의 E 음을 누르자 마자, 나는 내가 잘못 판단했다는 것을 알았다. 베이스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무대 앞으로 드넓게 트인 잔디마당이 펼쳐져 있었는데 낮에는 고요하여 다 들리고 있었던 소리가 공간을 가득메운 관객들이 들어차자 마치 증발이라도 된 것처럼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

 


연주를 하면서 몇 번이나 앰프의 노브를 돌려 음량을 올렸다. 앰프에 Limit 경고등이 나올 정도로 볼륨을 올렸는데도 베이스 소리는 공기 중으로 휘발되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리허설을 할 때에 베이스 음량을 줄여달라고 부탁하지만 않았어도 괜찮았을 일이었다. 결국 상상력을 동원하여 연주하기로 했다. 내가 줄을 건드릴 때에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 나는 잘 알고 있으니 하던대로만 잘 연주하면 관객들을 향하는 사운드는 엔지니어들이 알아서 잘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의식적으로 몸에 힘을 빼고, 과잉된 연주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공연을 마쳤다. 끝나고 나서 구경했던 분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베이스 소리가 아주 좋았다고 했다. (나빴다고 말해줄 리는 없지만...) 

내 소리를 듣지 못한 채로 한 시간 동안 공연해보는 경험을 하였다. 8월의 투어를 모두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