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28일 일요일

전주 공연

 

1980년 5월 2일, 전북대학교 학생 천 명이 거리로 나와 경찰과 맞서 돌을 던지며 대치 중이었다. 비상계엄을 해제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최루탄 가스를 발사하는 지프차를 전복시켰다. 전북대학교 정문 앞에도 오백여명의 학생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고 시내로 들어온 학생들은 종합경기장 공사용으로 놓아둔 토관을 굴리며 도로를 차단하고 애국가를 부르며 싸우고 있었다. 그로부터 이십여일 후에 광주... 그리고 새 군부독재의 노골적인 시작. 다섯 달 뒤에 전국체전이 시작했고 이제 막 개장된 종합경기장에 대한 기사가 언론에 매일 나왔었다. 마치 세상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3만명을 수용하는, 엄청난 비용을 들인, 최대이며 최신인 종합경기장.'

1963년에 지어져 1980년에 대대적으로 증축한 나이 많은 덕진 종합경기장에 공연을 하러 갔다. 공연 전에 경기장 바깥을 걸으며 긴 세월을 지나보낸 콘크리트 건물들을 구경했다.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하여 긴 시간 운전을 하고 한숨도 잠을 못 잤다. 길고 길었던 대기시간. 예정되었던 것보다 한 시간이나 지나 공연을 시작했다. 집에서 나온지 열 네 시간 만에 무대 위에 올랐던 것. 비몽사몽인 상태로 첫 곡을 시작했다. 이미 밤 열시 삼십분이었다. 관객들을 보면서 저 분들은 집에 가는데 지장이 없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연주를 시작하니 선선해진 밤 공기 때문인지 넓은 공간 덕분인지 소리가 아주 좋았다. 집중하며 연주할 수 있었다. 그렇긴 한데 역시 반쯤 자고 있는 것과 같았기 때문에 공연을 하고 다시 집에 돌아오며 고속도로를 달렸던 것들이 한데 섞여 기억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집에 돌아오자 그대로 드러누워 자버렸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정신이 맑아졌는데 제일 먼저 기억 났던 것은 전주에서 먹었던 육회비빔밥과 생선구이 정식이었다. 일부러 가장 평점이 낮은 식당을 골라 찾아간다고 해도, 전주에서 먹는 음식은 전부 다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