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7일 금요일

가을 오후.


금요일 오후에 볕이 드는 베란다에는 고양이들이 몸을 쭉 펴고 누워 뒹굴고 있었다.
아내는 고양이들을 쓰다듬고 첫째를 품에 안아 입을 맞췄다.
내가 틀어두었던 음악은 끝이 나고 조용한 공기가 집안을 떠다녔다. 고양이 꼼은 한참 동안 아내의 품 안에서 얼굴을 마주 보며 안겨 있었다.

업데이트 된 iOS의 기능 때문에 아이패드에 담아 가지고 다니는 순이의 사진을 열어 볼 때면, 작년 오늘의 사진, 재작년 지금 쯤의 사진을 보게 된다. 나는 내 고양이 순이가 그 이듬해 여름에 내 곁을 떠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나는 순이가 그 다음 여름에 죽고 없어질 것이라고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따스한 햇볕 속에서 아내와 고양이의 포옹이 끝난 후 창문을 열었더니 제법 차가와진 바람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찬 공기를 듬뿍 마시면서, 나는 방금 지나가버린 지금이 무척 소중했다는 생각을 했다.